9년간 연락두절 60대 지적장애인 ‘가족 품으로’

발행일 2017-03-20 20:30:1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모(60)씨가 9년 만에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김씨는 경북지방경찰청 장기실종자추적팀이 출범한 이후 찾은 4번째 실종자다.


“그렇게 찾으려 해도 못 찾았는데…. 9년 만에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남편의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아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편에게 다가가 이렇게 얘기했다.

그리고는 남편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지적장애 2급의 남편은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연방 미소를 지었다.

남편의 밝은 미소에 아내는 눈물을 주르륵 쏟아냈다. 그동안의 속앓이를 짐작하게 했다.

남편인 김모(60)씨와 그의 아내는 경북 예천에서 자녀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지적장애 2급인 김씨는 일상대화는 어려운 상태였지만 몸은 건강해 농사를 지으며 가족을 책임졌다.

그러던 2008년 어느 날 김씨는 대구행 버스를 탄 뒤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한 후 경찰, 소방, 마을주민들과 함께 대대적으로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김씨를 찾지 못했다.

올해 2월 출범한 장기실종자 추적팀은 이 사건을 넘겨받은 뒤 김씨가 도내 농장이나 수용시설에 있을 것으로 보고 탐문 조사에 들어갔다.

우선 경북 예천을 비롯한 의성ㆍ군위ㆍ안동 등의 축사와 돈사를 방문해 김씨를 수소문했다. 또 대구와 경북지역 행정기관에서 사회복지번호(의료급여 등을 위해 임시로 부여한 주민등록번호)를 받은 97명의 명단을 토대로 수용시설, 병원 등을 방문해 입소자를 면담했다.

그러던 중 지난 17일 칠곡 한 요양병원에서 김씨와 인상이 비슷한 입소자를 발견했다. 이후 추적팀은 가족에게 연락해 동일인이란 확인을 받았다. 그렇게 이들은 다음날인 18일 9년 만에 다시 만났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2010년 대구 수성구에서 노숙자 신세로 발견됐다. 이후 구청에 인계돼 몇 차례 병원을 옮겨 다니다가 2010년부터 현재 병원에서 지냈다. 인적사항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바람에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회복지번호로 생활해왔다.

김씨는 병원 진찰을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수강 경북청 여성청소년계장은 “한 달 넘게 보호시설 2곳과 병원 10여 곳을 방문해 입소자 90여 명을 일일이 만나 면담하며 사진을 대조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오랜만에 가족이 상봉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경북청 장기실종자추적팀이 출범한 이후 찾은 4번째 실종자”라며 “나머지 32명의 실종자도 반드시 찾아내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