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앤서니 헤거티씨 아내 고향서 활동전직 런던 형사, 대구서 성범죄 예방 ‘앞장’

영국 런던의 형사 출신 앤서니 헤거티(52)씨가 대구 경일대학교 R&BD센터에서 아동ㆍ여성 성범죄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영선 기자 zeroline@idaegu.com


“범죄는 꼭 이겨야만하는 시합이다.”

지역에서 성범죄, 아동 성적 학대 등 국제적으로 큰 이슈인 범죄 관련 예방을 위해 힘쓰는 외국인이 있다.

런던의 형사 출신 앤서니 헤거티(52)씨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10년 전부터 아내의 고향인 대구에 자리 잡고 DSRM(위기관리 대응 서비스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DSRM은 개인 및 기업 보안에 마약 테스트 개발, 아동ㆍ여성 성범죄 예방 관련을 자문하는 컨설팅 업체다.

그는 향후 여성과 아이들의 권익 보호 운동을 주도하는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앤서니 헤거티씨를 통해 그가 대구에 오게 된 과정, 성범죄 실태와 해결법 등을 알아본다.

◆형사 근무시절 성범죄 현장 목격

평소 각종 범죄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교 때 위험ㆍ보안 관리 학사와 범죄학ㆍ범죄 심리학 석사학위를 획득했다.

이후 형사가 된 그는 주로 인신매매 관련 범죄 조직 소탕 분야에 종사했다. 또 유럽과 호주, 미국 등에서 아동성범죄자들을 수색했다.

앤서니 헤거티 씨는 “내가 형사로 일할 때 성범죄자가 아직 탯줄이 떨어지지도 않은 여아에게 몹쓸 짓을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며 “현장에서 그 아이는 숨졌다. 나는 이때 범죄를 소탕하기보다 예방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형사 생활을 접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범죄 예방의 필요성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곧장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범죄 용의자와 희생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데 주력했다.

1999년, 한국을 방문해 성범죄 예방 강의 등 활동을 벌이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우리나라에 정착하기에 이른다.

현재 그는 다른 나라의 파트너와 협력해 안보컨설팅을 하고 기업들의 보안활동에 관여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을 비롯해 G20 서울 정상 회담에서도 보안업무를 수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후관리보단 예방 중요

앤서니 헤거티씨는 성범죄 중 특히 강간은 호텔, 집, 차 등과 같은 비공개적인 장소에서 발생하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 단속뿐만 아니라 예방과 스스로 안전에 대한 책임감 등 모든 게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헤거티씨에 따르면 올해 여성가족부 성범죄 피해자 관리 예산은 274억5천700만 원으로 인구 5천여만 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인당 54만2천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하지만 성범죄 예방관련 예산은 49억6천만 원으로 1인당 98원에 불과해 예방에는 큰 비중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분을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한국의 성범죄율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먼저 성폭력을 예방하려면 성폭행범과 범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며 “그들의 성향과 성폭력을 휘두르는 행동 등을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약 구별 위한 테스트 키트 개발 힘써

앤서니 헤거티씨는 성범죄 예방을 위한 음료수 테스트 키트의 개발과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음료수 테러가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데이트 중 성폭행, 인신매매, 산업스파이, 유괴 등의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테스트 키트는 케타민, 로힙놀, GHB, 암페타민, 코카인, 헤로인, 메타암페타민, 엘에스디, 엑스터시, 아편 등 마약류를 검출하는 휴대용 도구다. 한 방울만 있으면 2~3초 내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Not In My Drink(제 음료에는 안돼요)’라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Not In My Drink는 카페와 술집 등 개방된 곳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처음 보는 사람이 주는 음료는 항상 경계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이다.

그는 “한국 또한 남녀가 술을 함께 마시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정착 돼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안전함을 원한다”며 “대구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동 성범죄 사각지대 예방 나서야

앤서니 헤거티씨는 성범죄 중에서도 특히 아동 성범죄를 중요 범죄로 분류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직 아동 성범죄에 대한 예방에 관심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년 전 태국과 캄보디아에서 아동 성폭행범으로 수배 중이던 캐나다인 ‘크리스토퍼 닐’이 서울에서 붙잡힌 적이 있다”며 “외국인을 고용하기 전 기초 조사도 없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뻔 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아동 성폭행범의 패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아동 성폭행범이 주로 관심을 두는 연령대는 4~7세다. 가해자의 90% 이상이 가족이나, 친구인 면식범”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3세가 될 무렵부터 아이의 부모와 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얻은 뒤 아이가 4세가 될 무렵 부모 대신 아이를 돌보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같은 내용을 일반인들이 잘 숙지함으로써 아동 성범죄 위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피해자가 가해자 될 가능성 높아

앤서니 헤거티씨가 아동 성범죄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바로 올바른 가치관의 주입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범죄자로부터 보호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아이가 성범죄자가 되는 것은 고려치 않는다는 것.

이에 어린 아이 때부터 상대방이 불쾌해하는 성적인 스킨십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지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성폭행을 당한 소년의 50%가 성폭행범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즉 성폭행의 피해자가 성폭행 가해자 그룹이 된다는 것.

앤서니 헤거티씨는 “10대 청소년기에 생긴 성에 대한 환상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 전에 제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모를 교육하고 관리함으로써 범죄발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아람 기자 aram@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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