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기범죄 피해자에서 보이스피싱 가담자로

소액 대출에 속아 명의 도용돼 보이스피싱 조직 은밀한 제안전달책 맡았다 하루 만에 ‘덜미’

A(20ㆍ여)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독립했다.

방세가 싼 원룸을 구하고 이따금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꾸렸지만 좀처럼 생활고에서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돈이 궁했던 A씨는 지난달 휴대전화를 개통하기만 하면 소액 대출을 해주겠다는 B업체의 솔깃한 제안에 개통에 필요한 인적사항을 남겼다.

B업체는 A씨에게 소액 대출은커녕 A씨의 명의를 이용해 여러 대의 대포폰을 만들었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우두머리 C씨에게 A씨의 인적사항을 넘기기까지 했다.

C씨가 A씨에게 접근하기까지는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 14일 오전 10시께 A씨는 C씨로부터 달콤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C씨가 A씨에게 “아파트 서랍장에 있는 돈만 가져와 주면 2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범죄인 줄 알았지만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C씨가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로 대구 서구 원대동의 한 아파트에 들어가 서랍장에 있던 2천만 원을 훔쳐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했다.

대가로 받기로 한 200만 원은커녕 A씨의 아마추어 범행은 하루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서부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무단으로 아파트에 침입해 현금을 훔친 혐의(절도)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10분께 서구 원대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D씨(69ㆍ여)가 “보이스피싱에 연루돼 예금된 돈이 인출될 수 있으니 현금을 모두 찾아 서랍장에 보관하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화를 받고 집에 보관해 둔 현금 2천만 원을 가지고 달아난 혐의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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