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대구시 중구 삼덕동 일원에 세워진 대구형무소는 수많은 독립투사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우다 순국한 성지다.
순국선열들의 핏빛으로 물든 대구형무소가 이곳에 있었다고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이 유일하다.
대구형무소는 1908년 대구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으며 1910년 삼덕동으로 이전했다. 처음에는 1만2천540㎡(3천800평) 규모였으나 1924년 증축을 통해 2만5천740㎡(7천800평)으로 확대됐다.
지금의 삼덕동 지도로 보면 북쪽 끝에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 동쪽으로는 진석타워, 서쪽 끝은 더플라워뷔페(구 일신학원), 경북대치과대학병원 등이 포함된 정도의 크기다.
흑역사로 볼 수 있는 대구형무소가 성지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있다.
지난달 대구 독립운동유적 90곳을 집대성 발표한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는 “대구형무소 터는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순국한 핏빛의 유허(遺墟)”라고 밝혔다.
사업회 측은 “대구형무소는 대한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의사,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의 장진홍 의사 등 무수한 독립투사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순국 성지다. 그러나 지금 현장에는 안내판 하나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형무소 터를 알 수 있는 곳은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 1층 로비다.
기념관은 2016년 12월 완공됐다. 중구청의 요청으로 1층에 대구형무소에 투옥됐던 이육사 시인의 얼굴과 상반신, 그의 시 ‘황혼’, 대구형무소 전경이 표현된 부조가 전시돼 있다. 옆에는 대구형무소 배치도도 그려져 있다.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이 있는 곳은 대구형무소 북쪽 끝이다. 대구형무소 배치도에 따르면 기념관은 과거 사형장 위치다.
교회를 다니지 않은 사람은 교회 기념관 내부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1층에 커피숍이 있어 사람들은 이육사 부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교회를 다니는 이들조차도 이곳에 왜 이육사 부조가 전시돼 있는지 잘 모른다.
삼덕교회 측은 현재 진행 중인 교회당 공사가 끝나면 기념관에 대구형무소 관련 자료를 수집해 전시실을 꾸미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삼덕교회 관계자는 “60주년 기념관 공사 당시 중구청으로부터 대구형무소 이야기는 들었으나 구청조차도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이육사 시인 부조만 전시하게 됐다”며 “앞으로 고증된 역사적 자료들이 수집된다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대구형무소와 관련한 전시공간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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