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주의 관점으로 ‘우리 역사’ 다시 쓰자

발행일 2017-05-17 20:30:0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국정교과서·동학농민혁명·4대강사업 등 재조명

근대역사학 비판…사회구조 변화 필요성 강조


‘생태’와 ‘역사’가 접점을 이룬다? 그 접점은 과연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생태주의를 배경으로 역사를 세밀하게 들여다본 책이 나왔다. 책에는 저자인 백승종 역사학자가 파국에 직면한 우리 삶과 생태계 앞에 던지는 질문과 제언이 그대로 담겼다.

저자는 우리나라 근대역사학의 한계를 꼬집으면서 그 대안으로 ‘생태주의’를 제시한다. 근대역사학의 아픈 상처를 ‘생태적 전환’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

‘생태적 전환’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생태적 전환을 인간의 탐욕에 의한 생태계의 착취를 중단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하며, 구성원 모두에게 평화를 선사하고, 생태적 존재로서 본성의 회복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생태주의 역사관을 바탕으로 일곱 가지 이야기를 차례로 들려준다.

일곱 가지 이야기는 생태주의의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다시 쓰자는 제언을 시작으로, 역사 국정교과서 문제의 전초가 된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의 근본 문제, 소농의 입장에서 바라본 갑오동학농민혁명 이야기, 박정희 시대에 대한 생태주의적 비판, 4대강 사업과 후쿠시마 사고의 비극을 통해 성찰하는 문명사적 전환의 필요성, 그리스 재정 위기 사태와 민주주의의 문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문제 등으로 구성된다.

근대역사학의 한계를 비판하기도 한다. 우선 근대에 이르러 역사학은 실증적 과학임을 선포했으나, 실상은 그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비판한다. 특히 랑케의 이론은 근대국민국가의 정치적 이념을 합리화한 데 그치고 말았다는 것. 그럼에도 랑케가 창시한 근대역사학의 전통을 신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부각한다.

근대역사학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일직선적 진보사관을 맹신한다는 점도 짚어낸다. 과학 만능의 신화를 퍼뜨리며,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찬양한 근대역사학은 경제지상주의에 편승해 무한경쟁을 정당화하고 부추겼다고 밝혀낸다.

그가 바라보는 생태주의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저자는 생태주의 사회는 근대국민국가의 틀에서 벗어나기를 꾀하고 일체의 폭력과 전쟁을 근원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물론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연대가 한층 강화된 사회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경제지상주의를 거부하고, 분배의 정의를 강조해 불평등한 현재의 사회구조가 크게 바로잡히고, 품위 있는 생활이 보장되는 사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공동체의 기능을 강화해 개인과 단체의 독립과 자립을 꿈꾸면서도, 연대와 협력을 여러 층위에서 강화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며 책을 썼다는 저자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인간의 역사를 순수 학문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이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굴절과 오욕으로 점철된 역사 앞에서 중립이란 존재할 수 없다. 자신의 관점과 의지를 따라 역사를 서술하는 것, 이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실천이며 행동이다”고 밝힌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생태주의 역사강의/백승종 지음/한티재/276쪽/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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