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 없다면 추억의 묘기 ‘눈쇼’ 어때?

발행일 2017-09-20 20:04:1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예능의 시대, 개인기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하는 이 때에 저자는 ‘눈쇼’를 제안한다. 눈쇼는 말 그대로 ‘눈’으로 하는 쇼다. 볼거리 없고, 놀 거리 없던 시절 우리 아버지들이 가족을 위해 펼쳤던 단골묘기가 바로 눈쇼다.

소설에는 노래를 못하는 주인공 C가 뭐라도 보여주기 위해 눈쇼를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는 대신 아버지의 눈쇼, 추억의 눈쇼를 선보이는데 생각보다 반응은 뜨겁다. 관객의 환호에 취한 주인공은 잠도 줄여가며 눈쇼를 더 재미있게 보여지게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드디어 두 개의 안구를 각기 바깥으로 잡아당기는 데까지 성공하는 주인공. 그러나 눈쇼를 이어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눈쇼의 치명적인 약점은 묘기를 부릴 때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눈쇼를 보여서라도 가장의 책임을 다 하려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전셋집에서 쫓겨났을 때, 쌀이 떨어졌을 때, 전기와 수도가 끊겼을 때마다 눈쇼를 벌이던 아버지와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보려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대비되면서 소설은 팍팍한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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