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문학평론가…“한 단면보다 전체적 흐름 이해하는 것 중요”

<35> 권오현 문학평론가

2017.12.05

권오현 문학평론가는 “평론에서는 비판을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br> 작가가 기분 상해할 것이라 여기고 비판을 빼면 평론문으로서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지적을 하더라도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 지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br>
권오현 문학평론가는 “평론에서는 비판을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작가가 기분 상해할 것이라 여기고 비판을 빼면 평론문으로서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지적을 하더라도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 지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 기억 속 그의 모습은 ‘문학하는 사람’, ‘시인’으로 제법 또렷이 남아있다.

시집을 만들어 돌렸기 때문이다.
교지나 교회 회보 등 책을 만드는 일을 해 본 경험을 살려 고교시절 3년 동안 쓴 시를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었다.

그는 “당시만 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카드를 써서 친구들에게 보내곤 했다.
나는 시집 500부를 인쇄해 크리스마스카드 대신 시집을 전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기념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물론 60쪽 분량의 시집 500부를 찍었을때 크리스마스카드보다 단가가 저렴해지는 이유도 있었다”며 웃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권오현 문학평론가는 문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문학의 길을 걷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삶의 구조와 비슷해 ‘평론’에 매료되다
그의 어릴 적 꿈은 만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만화를 그리면서 스토리를 생각해내다 보니 자연히 책을 읽는 등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미술대학 입학을 꿈꾸기 시작했지만 집안 형편상, 그리고 집안 반대로 미대 진학의 꿈은 접어야 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문학이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고 싶었기에 문학을 선택했다.

“아버지께서는 미술하는 것만큼이나 문학하는 것을 싫어하셨다.
집에서는 의대를 지망하길 원했지만 국문학도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생이 돼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데 의대에 가기 싫어서 문과로 옮겼다.

처음부터 문학평론가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소설이 쓰고 싶었고, 소설가의 꿈을 안고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그토록 원하던 국문학과 진학이었기에 공부도 재미있었고 많은 책을 읽었다.

문학평론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많은 책을 접하고 지식을 습득하고, 또 문학과 관련한 많은 이론을 접하면서부터다.

그는 “평론은 소설이나 시와 달리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배운 것을 정리 해보고 싶었고 깨달은 부분을 글로 써서 다른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었던 것 같다.
소설은 불혹 이후, 인생을 관조할 수 있을 때 쓰기로 하고 지금은 평론 공부를 더 해서 내공을 좀 더 쌓아보겠다 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권오현 문학평론가는 평론이 삶의 구조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한다.

“문학평론은 특정 작품에 대한 평가도 있지만 평론을 쓰려면 문학의 서사구조, 맥락, 흐름, 역사 등을 살펴봐야 한다.
문학의 단면, 단면을 모아 전체의 그림, 나아가 삶의 구조가 이렇다 하는 것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이 평론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평론의 시작
그는 주로 애정을 가질 수 있으면서 재밌는 작품을 선정하는 편이다.
대부분 어떤 방식으로든 재미를 찾아내는 편이지만 작품에 대해 애정이 생기지 않겠다 싶을 때는 평론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곤 한다.

“처음에는 재미로 읽는다.
그리고 같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찾아본다.
작가의 경향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오독하지 않기 위해서다.
작가들은 작품으로 이야기한다.
작가의 모든 작품에는 그 작가가 지향하는 것이 담겨 있다.
작가가 다른 작품에서 어떤 말들을 했는가. 그 말들과 이 작품은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파악 해야 한다.

그는 평론에서 비판을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가의 기분이 상할 것이라 여기고 비판할 부분을 빼버리면 평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오현 문학평론가는 “모든 작품이 산고를 거쳐 나왔기에 지적을 하더라도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최대한 예우를 다해 작가들이 그 지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저 작품을 허술히 보고 되는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애정이 도저히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은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전했다.

권 평론가는 ‘어느 평론가에 의하면’ 또는 ‘어느 책에 의거하면’이라는 표현은 될 수 있으면 쓰지 않는 편이다.

어느 평론가의 말이나 어느 책의 한 부분을 평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책을 읽는 것은 물론 문학이론서 등을 읽고, 문학사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꾸준히 정리해 나가고 있다.

그의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소설가의 꿈이 꿈틀거리고 있다.

“평론은 2차 저작물이다.
결국은 창작이 남는다.
1차 저작물을 생산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소설도 쓰고 시도 써보고 싶다.

글ㆍ사진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권오현 문학평론가 약력>
-1964년 서울 출생
-1972년 경남 진해에 정착
-1983년 마산 중앙고등학교 졸업
-1984년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입학
-1988년 계명대학교 대학원 입학
-1996년 문예계간지 ‘사람의 문학’에 평론 발표
-2000년 ‘1960년대 한국소설 연구’ 출판
-2004년 부산 신라대 교수 취임
-2004년 ‘한국문학의 작가와 주제 그리고 문학사’ 출판
-2013년 한국작가회의 대구지회 지회장
-2015년 ‘좋은 삶을 위한 인문학 50계단’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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