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희 시조시인…“6년간 맡은 교정작업 덕에 사고범위 넓어져”

발행일 2018-01-16 20:27:0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37> 윤경희 시조시인

윤경희 시조시인은 “갖춰진 틀 안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그 기쁨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 시조의 매력이다”며 “일정한 형식과 규칙이 있는 시조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묘미가 있다”고 했다.


‘아직도/저만치/먼 거리에 서 있는//그대에게 다가섭니다, 가까이 더 가까이//허기진 마음들을 펼쳐//그대 향해 좇아갑니다’

윤경희 시조시인은 지난해 10월 펴낸 시선집 ‘도시 민들레’ 머리에 이같이 썼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는 마음보다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이 또 있을까. 윤 시조시인은 매일 시조를 바라보면서도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 시집의 자전적 시론에서 ‘언제부터인가 버릇처럼 시작된 저녁 외출, 중독된 일과처럼 빌딩과 빌딩 사이를 헤집고 걷는다’라고 얘기한 것처럼 그는 걸으면서 떠오르는 숱한 생각들을 즐긴다고 했다. 그 가운데 간간이 떠오르는 모든 생각과 이미지는 시조 속에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향내를 간직한 꽃으로 피어난다.

◆감수(監修) 통해 문학의 깊이 알아

시조 창작에 몰두하게 된 것은 2002년 우연히 시조단의 거장 이정환 시조시인을 만나면서부터다. 자유시를 쓰고 수필을 써왔지만, 시조의 매력은 한순간 그를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윤경희 시조시인은 진정한 자유가 없듯 작은 공간 안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그 가운데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시조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일정한 형식과 규칙이 있는 정형시인 시조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묘미가 있다. 그 속에서 글자 수를 맞춰야 하고 동시에 깊이나 의미도 줘야 한다. 틀 없이 자유롭기만 하다면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듯 참된 자유를 누리지 못할 것 같다.”

이후 배흘림동인 활동을 시작으로 2006년 영언동인 창단에 앞장서고 제주 정드리문학회와의 교류를 통해 ‘동검은이오름에서’로 유심신인문학상을 받는 등 자신만의 시 세계를 단단히 하고 확장해 왔다.

2002년부터는 대구문학협회에서 협회 격월간지 대구문학의 편집국장 겸 사무국장을 지내며 6년여 간 교정작업과 편집일을 도맡았다.

원고 청탁부터 편집 장르별 구분, 출판사 송고, 임시편집하고 교정을 보는 작업이었다. 한 번 만들 때마다 봐야 하는 글이 100여 편 가까이 됐다. 이러한 작업은 문학하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시, 소설, 희곡 모든 장르를 접하다 보니 글을 보는 시각과 사고의 범위가 넓어졌다. 글의 흐름, 비문, 오탈자 등을 걸러내다 보니 띄어쓰기와 문법, 오탈자 보는 법을 자연히 익힐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예총의 계간지 ‘대구예술’ 편집일도 올해로 5년째 맡고 있다.

그의 책임감과 꼼꼼한 실력이 입증되면서 감수를 봐달라는 제의가 곳곳에서 수도 없이 들어왔다.

이달 중순에는 직접 감수하고 교정을 본 ‘사자성어 삼국지’가 출간될 예정이다.

윤 시조시인은 “감수뿐 아니라 삼국지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으로 직접 쓴 시조 3편도 함께 실린 책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며 “조만간에는 중국 4대 명작 중 하나인 홍루몽 시편 ‘한시산책’에 공동작업으로 참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마음을 울리고, 움직이는 시조

보이지 않는 길에서 오래 서성거렸다/깊이도 모를 너를 가마득히 기다리며/그 멈춘 시간 속으로 온몸이 빠져들었다//결코 닿을 수 없음을 물풀들은 아는지/끝없는 수면 위에 견고한 성을 쌓는다/불현듯 잔잔한 떨림 푸른 늪이 차오르고

윤경희 시조시인인 최근 발표한 시조 ‘그 여름 우포’다.

그의 시조에서 늪은 곧 우리 삶의 터전이다. 그는 주로 사소하게 지나치는 것들, 일상에서 늘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시조 소재로 삼는 편이라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 보이지 않는 길이다. 어쩔 수 없이 고통과 환희, 그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것은 끝이 보일 듯, 어느 경계에 닿을 듯 견고한 성을 쌓는/깊이도 모를 너를/ 즉 우리의 한 생이다.”

길을 걷다가 보도블록 사이 끼어 핀 민들레를 보고 시상이 떠올라 쓴 시조가 최근 펴낸 시집의 이름이 되기도 한 시조 ‘도시 민들레’다. 민들레는 요양원의 홀로 사는 노인 등 우리네 소외된 계층을 가리킨다고 했다.

그는 “말로서 다하지 못하는 언어의 표현, 감정을 공유하고 그 감정을 풀어내 누구나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매체가 문학이다. 인간이 가진 내면 끝에는 고독과 외로움이 있다. 심정, 마음을 움직이고 울리는 글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윤 시조시인은 감정의 깊이를 측도할 수는 없지만, 시로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문인이라면 글쓰기에 몰두해야 한다.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라며 “문학 곧 예술은 그 나라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문학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문인이라면 열심히 글을 쓰는 것뿐이다”고 강조했다.

글ㆍ사진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윤경희 시조시인 약력>

-경북 경주 출생

-2003년 ‘생각과느낌’ 수필 등단

-2006 ‘동검은이오름에서’로 유심신인문학상

-시집 ‘비의 시간’, ‘붉은 편지’, ‘태양의 혀’, 시선집 ‘도시 민들레’

-2014년 대구예술상

-2015년 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2016년 대구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시조시인협회운영위원,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이사

-현 대구예술총연합회 편집위원

-대구문협시조분과위원장

-유심시조ㆍ영언시조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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