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문인]

“지역문화와 함께 발전하는 시인 되고 싶죠”

<41> 이선욱 시인

2018.03.13

이선욱 시인은 “대구는 굉장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도시다.<br> 자생적인 지역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져 있다.<br> 내가 사는 지역의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이 발전한다는 것이다.<br> 그 여지가 인천보다는 대구가 훨씬 더 크다는 판단이 들어 대구로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br>
이선욱 시인은 “대구는 굉장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도시다.
자생적인 지역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져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 여지가 인천보다는 대구가 훨씬 더 크다는 판단이 들어 대구로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문인 중에서도 보기 드문 케이스다.
직장에 다니면서 취미삼아 틈틈이 써둔 시로 대형 출판사에서 신인상을 받아 등단하는가 하면, 지역에 있다가도 소위 말하는 ‘중앙’으로 향하는 문인들이 많은 가운데 고향인 대구로 돌아왔다.
드물다 못해 귀한 케이스다.

그는 국어를 좋아하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교과서를 제외하고 책이라곤 제대로 읽어본 적 없었다고 했다.
특별한 뜻이 있어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 것도 아니었다.
대학 입학 후 ‘시를 공부하다 보니 성향이 맞구나’ 생각한 것이 다였다.

이선욱(35ㆍ본명 이승욱) 시인은 “그저 자유롭겠거니 하고 선택한 전공이 적성에 꼭 맞았다.
시간 내 계속 집중해야 하는 소설책이나 영화와는 달리 시집은 읽고 싶을 때 폈다가, 덮었다가 나중에 또다시 펴 읽을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대학 다니면서 시집을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구는 문학하기 좋은 도시
시도 좋아했지만 시 쓰면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시인, 소설가, 수필가 등 예술 작가들의 삶이었다.
시집 뒤편에 나오는 연표를 통해 시인들마다 다른 다양한 삶의 패턴에 주목했다.
그래서였을까. 서른을 전환점 삼아 사표를 던지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후 이 시인이 대구로 온 것은 2014년 결혼을 하면서다.
그는 태어나 아홉 살 때까지 대구에서 살다가 집안 사정으로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천문화재단에서 근무하는 등 지역문화에 관심이 있던 차 우연한 기회로 그해 가을부터 ‘대구문화’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로 내려오기로 결심하기까지는 지역문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대구는 굉장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도시다.
자생적인 지역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조건들이 돼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 여지가 인천보다는 대구가 훨씬 더 크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 시인은 대구 지역 작가들은 보편성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데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역 사회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오히려 보편적인 고민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구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대구에 얽혀 있는 세대 간, 정치ㆍ 경제적인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나라 전체가 가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지역 작가들이 지역의 삶이나 지역민의 삶에 대한 고민이 투철해져 지역에 대한 고민이 녹아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대구에서도 통용되지만 동시에 한국, 더 나아가 넓은 세계로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할 때는 본명인 ‘이승욱’으로, 시를 쓸 때는 필명인 ‘이선욱’으로 살고 있다.

“이름이 두 개라 처음엔 두 개의 삶을 사는 것 같았지만 결국엔 하나더라. 그 영역이 많아질수록 나라는 사람의 스펙트럼도 넓어지는 것 같다.
시를 쓰는 것도 그 일환인 것 같다.
이름이 나누어져 있는 것처럼 글쓰기와 시쓰기, 일과 문학으로 나뉘어 있지만 지역문화에 어떤 도움이 되기 위해 일을 하는 것도 결국엔 시쓰기에 연관될 수밖에 없고 결국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시로 세계 이해하고 나를 확장시킨다
비둘기들은 사방으로 흩어졌소. 푸른 날씨는 좋소. 난 가끔 이 거대한 도시가 그것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오.
이선욱 시인의 시 ‘시민’이다.

그의 시 특징적인 것 중 하나가 고유명사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통 어디 시민인지 알 수 없다.
고유명사가 있으면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려버리기 때문에 주지 않기 위해 지워버리는 작업을 한다.
형식적으로는 구어체를 많이 취하는 편이다.
‘∼하네’, ‘∼했소’와 같이 요즘엔 잘 안쓰는 말투를 많이 쓰는 이유는 시에서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첫 시집 ‘탁, 탁, 탁’을 내고 난 이후 그의 시는 변화를 맞았다.
가장 큰 변화는 위의 시처럼 대체로 시가 짧아졌다는 점이다.
첫 시집에서는 인물들의 정황을 보여주고, 그려내고자 했다면 최근 시들은 주로 말하듯이 써내려 간다.
화자는 여자가 될 때도 있고 남자가 될 때도 있다.
또 어린아이, 할아버지, 외국인이 될 때도 있다.
인물들이 말하듯이, 대사 한 토막 같은 시를 쓰고 있다.

그는 “편마다 다른 인물이 되려고 노력한다.
세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인물이 돼서 대사를 한다 해도 생각이 결국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또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나를 확장시키는 방식이기도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가 시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왜 시를 쓰고 있을까’, ‘왜 살까’하는 존재에 대한 고민들로 작품을 쓰는 것 같다.
시에는 결국 그러한 고민들이 담겨있다.
소설가든 시인이든 다른 작가들도 궁극적으론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작품이 나올 지 궁금해 시를 쓰는 것 같다.

그에게는 두 번째 시집을 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대구문화와 함께하는 저녁의 시인들’이다.
그는 2016년 3월부터 2년 동안 안상학, 장옥관, 배창환, 권기덕, 김사람, 엄원태, 박기섭, 이중기, 이규리, 류경무, 정훈교 시인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 22명을 조명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저녁에 행사가 펼쳐지는 것과 지역문학이 저녁인 것처럼 현재 오늘날 시인들이 저녁에 머물러 있다는 안타까운 의미를 담아 ‘저녁의 시인들’이라는 이름을 직접 붙이기도 했다.

“‘저녁의 시인들’을 진행해오면서 행사 중 작품 낭독과 해설, 시에 대한 생각 등을 빠짐없이 녹취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반기 중 출간을 목표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 시단에 있어 이러한 자료가 나온 적이 없었던 만큼 개인적으로도 의미있고, 지역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선욱 시인 약력
1983년 대구 출생
2009년 문학동네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2015년 시집 ‘탁, 탁, 탁’ 출간
현 월간 ‘대구문화’ 취재기자
글ㆍ사진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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