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장희 봄이 불러 다시 왔소

발행일 2018-03-18 19:13:5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장희 특별전: 고월의 봄



대구문화재단 대구문학관이 20일부터 8월26일까지 ‘이장희 특별전: 고월(古月)의 봄’을 연다.

올해 첫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봄을 대표하는 시인 고월 이장희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로, 고월이 남긴 34편의 시와 시가 수록된 단행본 16권 등으로 꾸며진다.

전시에 선보이는 문예지들은 국립중앙도서관, 권진규미술관, 아단문고 등 국내 문화예술기관들의 협력을 통해 구성됐다.

이장희(1900∼1929년)는 ‘금성(金星)’의 동인으로 등단했다. 그의 작품은 섬세한 감각과 치밀한 짜임새가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머릿속에 연상되는 이미지 또는 감정을 문자로 표현한 것으로 섬세한 언어를 통해 또 다른 황홀한 시적 감각을 느끼게 한다.

유복한 환경에도 그의 삶은 고독했다. 대구에서 유명한 부호 이병박의 아들로 태어난 고월의 어릴 적 이름은 장희(樟熙)가 아닌 양희였다. 다섯 살 때 생모를 여읜 그는 계모의 손에 자랐다. 많은 이복형제 사이에서 친모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또한 복잡한 가정환경과 친일파인 부친과의 갈등으로 세속적인 것을 싫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섬세한 감정들을 묘사 중심의 감각적인 시어로 세상과 소통했다.

시 동인지 ‘금성’에 ‘실바람 지나간 뒤’, ‘봄은 고양이로다’ 외 시 3편과 톨스토이 원작의 번역소설 ‘장구한 귀양’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금성의 동인들과 주로 교류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쳤다.

오늘날 그를 봄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손꼽히게 한 ‘봄은 고양이로다’는 따사로운 봄날을 고양이의 형상을 통해 섬세하게 그려냈다. 봄에 대한 느낌을 고운 봄, 미친 봄, 포근한 봄, 푸른 봄으로 표현하며 고양이의 털, 눈, 입술, 수염에 대칭해 독자가 이미지를 상상하게끔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진작가 배성규가 고월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배성규 작가는 “34편의 시를 읽어보니 시인 이장희의 삶이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다. 차분하고 섬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전달하면서 말하듯이 읊조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짧은 세월을 살았지만 아직도 시인 이장희의 삶에는 할 말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많은 이가 이번 전시를 통해 이장희 시인을 조금이나마 그리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무료, 월요일은 휴관, 문의: 053-430-1233.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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