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경복궁이 전하는 ‘공존’의 방법

전각·연못·처마 등에 담긴 인간·자연의 조화로움 주변과 어울리는 모습 통해 환경 문제 이끌어내

2018.05.16





느리고 고요한 산책자의 호흡으로 경복궁의 자연스러운 멋을 담은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자연과 공존하는 경복궁의 여러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환경 에세이다.

경복궁은 북악산을 기댄 채 남쪽을 향해 자리를 잡고 있다.
남북 방향을 축으로 광화문, 흥례문, 긍정문, 근정전, 사정전, 강령전, 교태전이 한 줄로 질서 있게 자리를 잡았고, 양쪽의 날개처럼 서쪽으로는 경회루, 동쪽으로는 동궁과 자경전이 자리를 잡았다.

저자는 환경과 생태에 관한 단상을 담백하면서도 편안한 문체로 풀어낸다.
경복궁의 전각뿐 아니라 돌, 마당, 연못, 굴뚝, 담장, 길, 나무, 지붕, 처마, 창호, 문고리, 아궁이 등 경복궁의 구석구석을 여유롭고 세심한 눈으로 살피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경복궁은 인간과 자연, 삶, 교육, 전통, 현대가 어우러진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수십 번 넘게 경복궁을 찾으면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뤄낸 장소들을 하나씩 발견해나간다.

자연경사를 이용해 물 흐르듯 흘러 내려가는 빗물, 궁궐을 떠받치는 소나무, 화기를 막는 넓적한 독 ‘드므’, 자연을 건축물로 표현한 경회루, 새를 위한 돌연못, 꽃이 그려진 담장 등 경복궁은 저자의 눈길 닿을 때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모습을 순순히 보여준다.

책은 이러한 경복궁의 구조를 감안해 광화문에서부터 시작해 남북 방향으로 쭉 거슬러 올라간 다음, 서쪽과 동쪽도 함께 둘러본다.

책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경복궁을 큰 틀에서 조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복궁 곳곳에 숨어 있는 멋스러운 모습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흥례문을 통과하면 가장 먼저 영제교와 천록이 맞이한다.
세 개의 뿔이 달린 천록 네 마리가 어구 쪽에 배치된 이유는 사악한 기운이 경복궁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경복궁을 지키는 짐승으로는 천록 말고도 많다.
광화문 앞의 해태를 비롯해 추녀마루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등 잡상, 근정전을 엄호하는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등 사방신과 십이지 동물들까지 상상의 동물뿐 아니라 지구상 동물들이 있다.
지구 동물들이 인간의 삶을 수호해주기를 바라는 옛사람들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 오는 날이면 자연경사를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빗물을 볼 수 있다.
이는 경복궁을 지을 때 산줄기가 완만해지는 북악산의 기울기를 그대로 살렸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경복궁의 북쪽이 남쪽에 비해 높아서 경복궁에는 비가 오더라도 배수펌프와 같은 특별한 장치를 둘 필요가 없다.

이렇듯 책의 경복궁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환경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경복궁의 소나무 기둥은 도시 소나무의 생태적인 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경복궁의 굴뚝은 화석연료 사용이라는 주제로, 경복궁의 돌연못은 물을 구할 데가 마땅치 않는 도시 새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지구, 자연, 인간, 사회, 삶’을 돌아보기에 경복궁 만한 곳이 없다는 듯 저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환경’ 이야기를 꺼내 보인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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