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중한 기억·그리운 사람과의 재회

유년·학창시절·일상서 마주한 경험 담은 수필집 초승달 등 소재에 얽힌 이야기 서정적 감성 전해 잊혀 가는 각자의 추억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

2018.07.11



‘초승달이 뜨는 날이면 유난히 엄마 생각이 난다.
코끝엔 어느새 엄마의 땀냄새가 나고 두 팔을 벌려 안으면 엄마의 등에 업힌듯 편안해진다.

표제작 ‘초승달’의 일부다.
저자는 초승달이 뜨는 밤이면 유년시절 초승달 아래 있었던 그날의 일을 떠올리곤 한다.
동네 오빠들이 던진 나무 막대기가 발등에 떨어지면서 불룩한 상처가 생겼다.
당시의 악몽은 한동안 초승달을 두렵게 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상처가 납작해지고, 엄마 등에 업혔던 기억으로 이어져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았다.
그날의 아픔으로 쳐다보기도 싫어했던 서쪽 하늘의 초승달이 엄마의 모습을 간직한 한 장의 소중한 사진이자 잊혀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보물 창고가 된 것.
발등에 새겨진 초승달 흉터에 두 손을 올리고 유년의 방문을 살며시 열어 세월이 흐를수록 더 그리운 먼 기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일상에서 마주한 일을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간 수필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 9편씩 총 45편의 수필이 실려있다.
표제작 ‘초승달’ 외에도 ‘김치를 담그며’, ‘소나기 단상’, ‘봄의 향연’, ‘그곳에 별이 있었다’, ‘아버지와 달구지’, ‘다듬잇돌’, ‘옹춘마니’, ‘집으로 가는길’, ‘참 좋은 시절’, ‘가을의 서정’ 등 홀로 있을 때, 때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스며들었던 글감을 수필로 엮었다.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지 10여 년만에 처음 낸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2006년 수필과비평 신인상을 수상하고 대구수필문예대학 강사를 지내고 대구문인협회, 대구수필과비평작가회의, 수필문예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발표가 아닌 점점 부패돼 가는 글이 안쓰러워 더는 미룰 수 없어 책을 내게 됐다는 저자는 글을 쓰면서 돌아가진 부모님, 언니와 친구들, 유년시절의 자신 등 기억 속의 소중한 사람들과 재회했다고 말한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내 손을 떠난 글은 내 것이 아니라는 말도 부끄러움을 무릅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책을 엮으며 다시 읽으니 모두가 사무치게 그립다.
기쁨은 기쁜대로 슬픔은 또 슬픈대로 나를 정화해줬다.
이것이야말로 수필이 가진 최고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비평가 알베레스는 ‘수필은 단순한 생활의 기록이 아니라 지성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이고 신비적인 이미지로 된 창조적 문학이다.
비유컨대 흔들리는 구슬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그윽한 불꽃’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구슬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그윽한 불꽃같은 한 편의 수필을 쓰기 위해 세상을 향한 더듬이를 길고 곧게 세워 놓을 것이다”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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