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청년]

“자신보다 타인 생각…삶에서 놓치는 부분에 대해 전하고파”

<4> 조각가 김현준

2018.09.11

김현준 작가는 “많은 사람이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살아간다.<br>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고 또 그들에게 놓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br> ‘나를 너라고 부르는 너는 누구니?’와 그의 작업 모습.
김현준 작가는 “많은 사람이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살아간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고 또 그들에게 놓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를 너라고 부르는 너는 누구니?’와 그의 작업 모습.



‘노마디즘’. 유목민, 유랑자를 뜻하는 ‘노마드’에서 시작된 용어로,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부정하고 불모지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일체의 방식을 의미한다.

김현준(32) 작가는 ‘노마디즘’을 지향한다고 했다.
특정한 가치나 방식에 얽매이지 않은 채 끊임없이 자기를 부인하며 새로운 자아를 찾아나선다.
그에게서 색다른 느낌의 작품이 계속해서 나오는 비결이다.

물론 작품간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는 존재한다.
보는 이의 마음 상태나 느낌에 따라 멈춘 것 같으면서도 곧 움직일 것만 같은 동작이나 웃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울고 있는 것 같은 복잡미묘한 표정 등 작품간 서로 같은 듯 다른, 다르면서도 닮아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일 터.
“유목적 사고로 새로운 것을 추구해 나가는 것을 중요시하는 편이에요. 열린 사고라도 일말의 틀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목 생활에서도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거나 편평한 땅이어야 한다거나 먹을거리가 있는 곳이라야 하잖아요. 제 작업에서도 저만의 요소는 있죠.”
지난 7일부터 ‘2018강정대구현대미술제’에서 선보이고 있는 최신작 ‘나를 너라고 부르는 너는 누구니?’에도 그만의 방식이 깃들어 있다.

김현준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삶에서 놓치는 무언가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대부분 사람이 자신보다는 타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고 보이는지를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그들에게 놓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가 조각가의 삶을 살기까지는 고등학교 2학년, 미대 진학 준비에 늦다면 늦었다고 할 수 있는 시기 그의 미적 재능을 알아본 부모님의 권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하신 어머니께서는 데생 등 미술의 기초부터 차근히 접하도록 하셨다.
기초를 다져놔야 응용할 수 있고 색을 쓰더라도 감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였다”고 떠올렸다.

꼬박 1년을 미술 기초 공부에 매진하고서야 조소를 전공하기로 했다.
다른 장르에 비해 비교적 활동적인 조소 작업이 흥미로웠고 적성에도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동대학교 대학원(조소 전공)을 졸업했다.

“당시 대학원 진학은 과연 내가 예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도전과도 같았죠. 끊임없이 길을 찾아 고민했고 철저히 작품 내면을 보고자 노력했어요. 몸부림 치고 부딪히고 또 부딪히고, 맞춰가다 보니 예술을 하고 싶다는 절실함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조각가의 길로 이어지면서 김천예고와 모교인 예술대학 조소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후학 양성은 물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인간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목조를 택한 것도 뒤틀림이나 터짐 등으로 작업하기 까다로운 소재로 꼽히지만, 나무가 인간사를 담기에 가까운 소재라고 생각해서였다.

“나무에는 생명을 다시 재생시키는 힘이 있어요. 섬유질이라서 결이 있고 잘라놔도 계속 숨을 쉬어요. 이끼도 자랄 수 있죠. 나무는 생명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소재라고 생각해요.”
작품 아이디어는 주로 책을 읽거나 대화를 하면서, 또 티비를 보면서 얻는 편이다.
그렇다고 문득 떠오르는 느낌과 생각, 감정 그대로를 무작정 작업에 옮기지는 않는다.

김 작가는 “그 순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번뜩이는 순간을 곱씹고, 다듬고 다듬어 작품화하고자 한다.
의미 자체가 달라져 모양이 바뀔 수도, 또 확대되고 축소될 수도 있어서다.
철학은 예술처럼 하고 예술은 철학처럼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때로는 너무 쉽게 예술화하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고 했다.

보는 순간 마음에 감동이 일어 먹먹함을 전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굳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 없더라도 제 작품을 보고 먹먹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러한 감정을 느꼈다는 건 내가 만든 작품이 그 사람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졌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작품을 보고 그대로 주저앉아 눈물짓는 사람을 만난다면 조용히 자리를 내어주고 작품과 온전히 교감할 수 있도록 둘 것 같아요.”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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