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문제, 과학·철학적 접근으로 본다

발행일 2017-10-11 19:45:4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튜링 검사·이원론 등 마음에 대한 검토 소개
기계 ‘의인화’에서 오는 지나친 공포심 지적도



‘과연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

테슬라 최고 경영자 엘론 머스크가 “인공지능 기술이 북핵 분쟁보다 세계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하는 등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피력해오는가하면 스티븐 호킹과 빌 게이츠도 인공지능의 미래에 묵시록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의 저자는 ‘기계는 인간처럼 생각을 할 수 있느냐’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책은 인공지능과 컴퓨터의 시초가 된 앨런 튜링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인공지능이 개발돼 온 역사와 프로그램되는 방식 및 최신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는 과학적 접근과 튜링의 질문으로부터 인간의 ‘생각’, ‘지능’, ‘마음’이 무엇인지를 추적해가는 철학적 접근의 투 트랙(Two-track) 방식으로 저술됐다.

부제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사고력 강의’를 통해 알 수 있듯 과학과 철학이 각각 분리될 필요 없이 정확한 과학적 사실과 심도 있는 철학적 논의가 함께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 대부분이 인공지능을 과도하게 ‘의인화’하는 데서 생겨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논의를 진행함에 있어 비유로 대신하거나 적당히 설명하고 넘어가는 일 없이 철학자 특유의 꼼꼼함으로 따질 때까지 따져 묻는다.

책은 앞서 본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다. 앨런 튜링은 ‘생각하다(think)’를 정의 내리지 않고, “튜링 검사(조사자가 5분간 대화를 나누고서 대화 상대가 사람인지 기계인지를 판단한다. 사람이라고 오인당하는 경우가 30%를 넘는 기계는 튜링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본다)를 통과한 경우 생각한다고 보자”라고만 제안했었다.

저자는 이것이 튜링에게 최선이었으리라고 평가한다. 우리는 생각과 마음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생각과 마음이 있다는 것조차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만이 생각하고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하고 증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주관적’ 대상이다. 이러한 논의는 책의 5장과 6장에서 플라톤과 데카르트를 읽으며 서구 사회를 지배해온 몸과 마음의 이원론과 이것이 현재 인공지능 개발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또 마음, 몸, 생명 등에 대해 생물학, 뇌과학, 심리학, 철학, 공학 등의 분야에서 연구된 성과들을 확인하며 ‘마음’이 무엇인지 답하고자 했던 인간의 노력을 검토한다.

책은 또 인간과 인공지능이 겪는 문제나 문제 해결이 서로 다른 위상을 갖는다고 전한다. 기계학습 전문가인 페드로 도밍고스(Pedro Domingos)의 말을 인용하며, 인공지능의 핵심인 알고리즘은 자신의 고유한 의지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성취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알고리즘이든 프로그램이든 목적에 맞게 인간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고, 기계는 과거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학습할 뿐이라는 것.

이 책은 서울대학교 인기 교양 과목인 ‘컴퓨터와 마음’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공대생들에게 필수 과목이었던 이 수업은 이미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가 역설적으로 우리 ‘인간’ 자신을 다시 되돌아볼 시기임을 말해왔다. 강의를 듣듯이 읽을 수 있어 딱딱할 수 있는 내용도 따뜻하게 전달되며, ‘철학’이라고 하면 막연히 어렵게 여겨지고 일상과의 괴리가 느껴지게 하는 그 벽을 허물어준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김재인 지음/동아시아/372쪽/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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