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느리게 말을 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잠깐만이라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거나 깊은숨을 내쉬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은 지나간다. 때로는 송곳보다 뾰족하고, 칼날보다 날카로운 말. 이미 뱉어진 말은 돌이키기가 어렵다. 문자로 기록을 하지 않았다 해도, 정신의 기억회로에 저장이 되기 때문이다. -‘쉽고도 어려운 말’ 중.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이성과 감정의 조절 장치가 막무가내일 때, 내 입 밖으로 튀어나온 험상궂은 말이 누군가의 기억회로 장치에 저장된다? 이성과 감정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모든 상황을 돌아봤을 때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또 있으랴.
일상에서 만난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 대처요령을 알려주듯 삶 속에서 만난 크고 잔잔한 이야기 속에 메시지를 전하는 칼럼집이 나왔다.
허봉조(전 대구지방환경청 홍보팀장) 수필가의 칼럼집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처럼 높게’이다. 이번 책은 에세이집 ‘즐거운 농락’, 칼럼집 ‘행복도 즐기기 나름’에 이어 허 수필가의 세 번째 책이다.
허 수필가는 “짧지 않은 공직생활은 참 재미있고 행복했다”며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동료와 후배들에게 칼럼 쓰기의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작가의 긍정적인 삶을 엿볼 수 있는 이 칼럼집은 300쪽 분량으로, 칼럼집에는 일상 속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와 함께 저자의 다양한 경험담이 담겨 있다. ‘공직을 떠나며’라는 제목의 머리말을 시작으로, ‘봄이 오는 길목에서’, ‘현실같은 영화, 영화같은 현실’, ‘마음을 읽어주는 사회’라는 3개의 주제로 나뉘어 구성됐다.
1990년 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 그는 꼭 26년 10개월을 공직에 몸을 담았다.
허 수필가는 책 속에서 “짧으면서도 긴 공직생활을 통해 어찌 좋은 일만 있었을까. 하지만 구석구석 남아 있던 힘든 기억은 비누거품처럼 쉽게 사라져버리고 즐겁고 기뻤던 일만 기억의 창고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공직생활이야말로 인생에 가장 황금같은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늘을 있게 한 힘의 9할은 인내와 끈기였다고 말한다.
허 수필가는 “내 인생의 열차는 간이역을 쉬어가는 완행이었다. 늦었지만 늘 가슴은 따뜻했다.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난 굴곡진 학업과 곡절 많았던 직장 생활, 서른다섯 살, 막차로 출발한 늦은 공직에 만혼과 노산으로 이어진 완행열차였다”고 했다.
인생의 새로운 도전 앞에 선 그의 다짐과 포부가 당차다.
허 수필가는 “인생은 바람과 같아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변화의 물결에 따를 것이며 재능을 기부할 수 있다면 정성을 다해 참여할 것이다.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처럼 높게’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아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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