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60편, 감수성 속 존재에 대한 탐구

발행일 2018-10-17 20:04:1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아파트 정원에 미꾸라지 떼 가득하다//이 미꾸라지들은 지난 겨우내 눈과 찬바람을 먹고/초승달 문지른 기러기 날개깃도 삼켰는지/살이 부드럽고 뼈가 무르다//구름과 놀던 물고기들은 밤낮 사랑에 등은 젖고/푸른 바다처럼 불어난 제 새끼들을/구름 아래로 쏟아내곤 한다//이때 바람은,/물고기들을 말갛게 씻는 비누가 된다//햇빛은 미꾸라지들에게/찬란한 빛깔의 양복을 입혀 준다//미꾸라지들은 옥상에 머리 처박고 떨어져/서로 아우성치다가 다시 뛰어내려/겨우 턱걸이하는 꽃망울/반만 벌린 꽃술로 정액처럼 흘러든다//왕성한 성욕이다, 봄비는/꿈틀꿈틀 기어가는 미꾸라지//푸르스름한 꽃의 자궁 속에 검은 알 무수히 슬어놓는다. 표제시 ‘목련제’다.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 60편의 시가 담겼다.

이재하 시인은 의성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계간 ‘문장’으로 등단, 대구문인협회, 문장작가회, 형상시문학회, 죽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윤배 시인은 “시는 낭만적인 감수성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존재에 대한 탐색에 있어, 과거 체험들을 미학적인 언어장치를 통해 현재로 선회시켜 놓는가 하면 탁월한 이미지 조탁을 곁들인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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