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되는 지역 문인들에 발표 지면 제공”

발행일 2017-10-10 20:23:1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31> 구석본 시인

구석본 시인은 “창조적인 삶의 핵심은 문학 작품 창작이다. 우리 지역에는 특히 시쓰기를 통해 창조적인 생활을 누리려는 이들이 많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작품을 쓰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문화예술대 문예 강좌를 맡아온 구석본 시인의 명성은 지역 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의 수업을 들은 제자만 1천500명. 이 중 등단한 사람만 100여 명이다. 대구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원 강연은 올해로 26년째를 맞았다. 구석본 시인은 시창작원을 수료한 이후에는 제자들이 대구생활문인협회 회원으로 작품 발표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령시대 글쓰기 같은 창작 활동이야말로 개인의 생활을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품격 높은 문화사회를 만든다고 생각해서다.

구 시인은 “최근에는 50∼60대를 중심으로 70대 이상도 많다. 시쓰기를 통해 퇴임 이후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창조적인 생활을 누리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 맞춰 시를 어떻게 하면 잘 즐기고 쓸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예지 운동 선두주자

올해로 등단 42주년을 맞은 구석본 시인은 신동집, 문덕수 선생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아 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구 시인은 1970년대만 해도 등단은 매우 어려웠다고 말한다.

“지금은 단 1회로 신인을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당시에는 3회 추천을 받아야 등단할 수 있었다. 1년에 1회 추천을 받는 것이 일반적으로, 등단하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초회 추천을 받고 추천완료까지는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등단도 어렵지만 등단 이후 작품 활동이 더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발표할 수 있는 문예지가 한정돼 있던 탓이다. 1970년대 문예지는 서울에 소재한 ‘현대문학’, ‘한국문학’, ‘문학사상’, ‘시문학’, ‘현대시학’ 정도였던 것. 문예지마다 자기 출신들도 제대로 발표시키지 못하는 마당에 타 문예지 출신 작가의 작품을 발표할 여지가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 터를 둔 문인들에게 지면이 돌아오지 않던 때라 그 역시 좌절의 쓴맛도 여러 번 봐야 했다.

암울한 문단 현실을 지켜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해결하고자 문예지 운동에 앞장섰다.

구 시인은 “지방 문인들은 발표할 길이 거의 막혀 있는 상태였다. 더욱이 숫기없는 사람들은 소외되기 쉬웠다. 1992년 지방에서 최초로 시 전문 계간지 ‘시와반시’를 발간했다.”

‘시와반시’는 실력은 출중하지만 학연, 지연 등에 가려 등단의 기회를 쉽사리 얻지 못했던 이들이 세상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발판이 돼 주었다. 지방 문예지였지만 전국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구 시인의 문예지 운동은 불씨가 돼 전국 각지로 번져나갔고, 그 불씨는 오늘날 지역마다 독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문예지들이 있게 했다.

지난해부터는 여름호로 창간한 시전문 계간지 ‘시인시대’ 주간을 맡으면서 문예지 운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시인시대’는 시인들의 관심과 반응이 아주 높다. 요즘 문예지가 많이 발간되고 있지만 좋은 문예지는 여전히 소수다. 문예지의 요체는 좋은 필자와 작품, 특별한 기획력, 재정적인 뒷받침이다. 다행히 ‘시인시대’는 발행인의 소명의식과 뜻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잘 나오고 있다. ‘시인시대’는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치열하게 작품을 쓰면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이들을 발굴해 조명하고 있다.”

◆대구문인협회장 역임 등 활발한 활동

구석본 시인은 대구문인협회 제10대 회장을 역임할 만큼 지역 문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3년간 대구문인협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지역 문학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들을 추진했다.

특히 지역 작가들이 문학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구 시인은 대구문학상 심사 방법을 이전보다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회원들의 발표 지면 확대를 위해 문인협회에서 계간지로 발간되던 ‘대구문학’을 격월간화했다. 또 국비와 시비를 확보해 ‘대구문학관’ 설립하고 ‘대구문협50년사’ 발간으로 지역 문단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창조적인 삶의 핵심은 문학 작품 창작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누구나 작품을 쓰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말한다. 더욱 많은 사람이 생활 속에서 창조적인 활동을 찾아 가까이한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

오래도록 문단에 몸담은 그는 지역 문단의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구는 예로부터 문학의 도시이자 우리나라 현대 문학의 중심을 이룬 작가들이 고향이다. 현재는 1천 명이 넘는 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 문단의 문제점이라면 비평분야가 불모지라는 것이다. 비평분야가 발전해야 창작과 수용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기획 출판과 유통 분야 역시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해결할 과제라고 생각하지만, 단시간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글ㆍ사진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사진설명

구석본 시인은 “창조적인 삶의 핵심은 문학 작품 창작이다. 우리 지역에는 특히 시쓰기를 통해 창조적인 생활을 누리려는 이들이 많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작품을 쓰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석본 시인 약력>

1949년 경북 칠곡 출생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

1985년 시집 ‘지상의 그리운 섬’ 간행

1985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1992년 시전문계간지 ‘시와반시’ 창간

1995년 시집 ‘노을 앞에 서면 땅끝이 보인다’ 간행

2000년 대구문학상 수상

2005년 시집 ‘쓸쓸함에 관해서’ 간행

2008년 대구시문화상(문학 부문) 수상

2009년 제10대 대구시문인협회장

2011년 여성교양지 ‘우먼라이프’ 대표이사 겸 편집인

2011년 산문집 ‘언어의 안과 밖’ 발간

2015년 시집 ‘추억론’ 간행

2016년 시전문 계간지 ‘시인시대’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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