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목 시인…팔공산·신천 ‘대구의 아름다움’ 찾아 노래

발행일 2017-11-07 19:41:1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33> 최규목 시인

최규목 시인은 “우리글의 소중함과 우리글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갈고 닦는 것이 시인이 가져야 할 자세다. 그 바탕 위에서 사물을 보는 진지함과 성찰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어릴 적부터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신라문화제 백일장 등 각종 백일장에 나가 입상한 것을 계기로 문인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최규목 시인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줄곧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고 떠올렸다. 포항 지역 내 7개 고등학교 학생들을 모아 문학 동아리 ‘문영문학 동인회’를 결성해 회장직을 맡아 시화전를 여는가 하면 문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20∼30대, 어려운 환경과 시대적 암울함으로 내려놓았던 시 쓰기를 다시 시작한 것은 공무원이 되고 나서다. 1981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난 7월 공직생활을 마치기까지 주로 대구시청 문화예술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콘서트하우스 등 주로 문화예술분야에서 업무를 맡으며 꾸준히 창작활동을 펼쳐왔다.

◆시 넘어 다른 장르를 잇다

그리운 옛 기억도 멀리가면 아련한데/억겁을 건너와도 시리도록 선명하네/봄이오면 산분지에 뭉게 참꽃 붉게 피고/가을 노을은 억새를 태워 온 산맥이 붉어지네/시간의 형체들이 깨어지고 사라져 아득히 추억을 더듬는 산/비파소리 독경 소리가 아다지오로 흐르고/눈 돌려 멀리 보면 낙동강이 금호강을 보듬어 바다로 가네/산아! 너가 거기 있어 달성이 빛나네/산아! 너가 거기 있어 대구가 빛나네.

최규목 시인이 작사한 ‘내 마음의 열두 풍경’ 중 ‘제2경 하늘정원 비슬산’이다.

대구시립합창단은 지난 9월28일 열린 제138회 정기연주회 ‘칸타타, 대구’에서 최 시인의 ‘내 마음의 열두 풍경’ 중 팔공산, 신천, 경상감영과 옛 골목, 서문시장, 달성토성 등 다섯 편을 노래했다.

최 시인은 ‘보담는 팔공산’에서는 팔공산의 자태와 풍취를 맑고 청아한 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물길 펴는 신천’에서는 신천이 대구를 품는 젖줄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게 됐고 젊은이들이 미래로 마음껏 꿈을 펼쳐 나감을 평온하면서도 은은하게 물길이 흘러가듯 표현했다. ‘감영공원 옛 골목’은 경상감영공원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사성로 곳곳에 숨어있는 역사경관의 흔적을 따라가는 곡으로 그날들을 추억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 시민의 애향이 깃든 ‘서문시장으로 오세요’는 없는 것이 없고 구수한 대구의 인심과 활기찬 에너지가 넘쳐나는 장터의 모습을 경쾌하고 활기차게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말발굽 달성토성’은 달구벌 역사의 원초적 중심지였던 달성토성 성곽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최 시인은 시 쓰기 뿐 아니라 작사나 대본 작업을 틈틈이 하고 있다.

2003년 대구하계U대회 폐회식 주제가 ‘함께 내일로’를 작사하기도 했으며 2006년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친구야, 사랑같은 우정’을 작사했다.

2007년에는 대구시립국악단 무용대본시 오작교 외 4편을 쓰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장르 간 교류에 아쉬움을 느끼던 차 공동작업을 제의를 받았다. 미술작품과 춤을 연결하고 안무자의 의견을 반영해 시로 쓰는 작업이었다. 무용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국무용의 기본기를 다져가며 무용대본시를 썼다”고 전했다.

◆시인이라면 우리글의 소중함 알아야

최 시인은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과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을 한다고 말한다.

시 쓰기는 삶 가운데 아파하고 짓밟힌 생명, 그리고 무생물에 대해 참회의 경건한 기도를 올려야 한다는 원죄의식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는 문학을 리트머스 종이에 비유한다. “리트머스 종이처럼 문학이 혼탁한 사회 정화기능을 맡는다. 시는 하나의 예술영역으로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힘들고 고달플 때는 농요로 힘든 노동일을 견뎠듯이 오늘날 시는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고 노인들에게는 삶을 관조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최근 콘텐츠의 다양화로 인해 쇠퇴의 길로 접어든 문학에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문학이 죽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는 과거의 향수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국문학사에 있어 흔히들 신라향가 천 년, 시조 천 년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처럼 긴 문학의 향기에 젖어 있다가 문학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으니 문학이라는 예술 장르가 제자리를 찾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민족의 숨결과 같이 해온 문학인 시가 다시 활기찬 장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 쓰기라는 창작을 통해 삶 가운데 희열을 느끼고, 윤기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그는 시인이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술이란 항상 다르게, 낯설게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술을 한다는 것은 끝없는 자기 고뇌와도 같다. 시의 수단은 언어다. 우리글의 소중함과 우리글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갈고 닦는 것이 시인의 자세다. 그 바탕 위에서 사물을 보는 진지함과 성찰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ㆍ사진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최규목 시인 약력>

-1958년 포항 출생

-1998년 대구문학으로 등단, 시와반시로 발표, 대구예술인상 수상

-영남대학교 예술문화디자인대학원 예술행정학과 졸업

-2008년~현재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전 영남대학교 예술문화디자인대학원, 경주 동국대 불교대학원 외래강사

-대구방짜유기박물관소장 역임

-시집 ‘샛강에서 자맥질하다’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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