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이와 연주자가 소통하는 재밌는 국악 만들어요”

발행일 2018-08-14 19:56: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 이자영 이어랑 대표

이어랑 단체 사진.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과 소통이에요. 관람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얼마나 편안한 음악을 즐겁게 연주하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기까지 합이 맞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음악을 할 수가 없어요. 개개인이 모여 이어랑이 만들어졌고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퓨전국악단체 이어랑 이자영(32) 대표는 ‘이어랑’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영어로 귀를 뜻하는 이어(Ear)와 ‘누구누구와’라는 함축적 의미의 ‘랑’이 결합하면서 명명된 ‘이어랑’에는 듣는이의 귀와 함께 편안한 음악을 연주한다는 뜻이 담겼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드럼, 신디, 베이스 등으로 구성된 퓨전국악단체 이어랑은 올해로 창립 9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대구시 문화교류 사업 파트너로서 베트남 다낭과 대만 가오슝에서 해외교류 공연에도 참여하는가 하면 오는 10월에는 요르단 대사관 초청으로 단독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루에만 두세 개씩 공연하는 등 연간 300회 이상 공연을 소화하며 인정받는 기업형 퓨전국악단체가 되기까지는 이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술고등학교와 예술대학에 진학해 판소리를 전공했지만 어떤 연주를 해야하는지 방향을 잡을 순 없었던 것에 갈증을 느끼고 2006년 예고 동창생 3명과 함께 팀을 꾸린 것이 ‘이어랑’의 시작이었다.

‘오브리’라는 작은 공연에서 시작해 서울 유명 팀의 공연을 보고 따라 하는 모창밴드로 활동했다. 이후 2009년 1월1일로 창단 연일로 정하고 ‘이어랑’을 결성,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이 대표는 “현재는 대구시 전문단체로 인정을 받으며 내년에는 ‘사단법인 이어랑’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결성 초에만 해도 회의하고 연습할 공간이 없어서 10∼15만 원짜리 지하 셋 방을 빌려야 했다. 단원들이 생기고, 공연을 하면서 수익이 창출되면서 직접 곡을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퓨전국악’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그저 쉽고 재밌게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고 했다.

“하다보니 ‘퓨전’이라는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듣는 이마다 추구하는 음악적인 스타일이 다르고, 무엇인가 퓨전이라는 것을 접목시키다보니 길을 잡는 것이 어려워 아직도 공부 하는 중이에요.”

20대 중후반 30대 초반 연령대로 구성된 이어랑에는 10명 가운데 여성 단원이 6명으로, 그 중 4명이 이 대표를 비롯해 결혼과 임신, 출산을 경험한 워킹맘이다.

이 대표는 일곱살과 여덟살 아이 둘을 뒀다. 이어랑이 국악 인형극을 만들게 된 것도 지역에는 아이들과 함께 즐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팀 내에서 공감을 얻으면서였다.

이 대표는 “이어랑의 가장 큰 장점은 자체 공연 프로그램을 연출한다는 것과 이어랑 내에서 콘셉과 조명, 음량,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료로 공연을 하더라도 알찬 교육적인 내용을 담은 인형극을 만들어 공연하고 싶었다. 특히 문화소외계층의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뚜렷하다. 2년 전부터 4대 보험 적용과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지만 이어랑이 더욱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즉 예술인들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면서 안정된 보장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도 일용직 공연자로 살면서 대중없이, 느닷없이 10만∼20만 원을 받고 공연에 섭외되는 일들이 많아요. 예술인들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지원해주는 동시에 음악적 기량을 펼치고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더 성장해 더 많은 인원을 발굴하고, 경상도의 국악 시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활동의 장을 여는 데 앞장서고 싶어요.”

그는 국악의 문화가 폭넓게 여러 곳에서 자리매김하고 국악인들이 강사가 돼 국악을 가르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음악대학원에 다니는 등 학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구가 교육적으로 국악이 불모지라는 말이 있다. 내년쯤엔 후학을 양성할 수 있는, 음악적인 기술과 기반으로 후학을 양성할 수 있는 국악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 훗날에는 세계적인 월드뮤직을 할 수 있는 이어랑이 되고 싶다. 이어랑의 성향과 색깔을 담은 편곡을 통해 세계의 전통음악을 국악기로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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