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세기 “트루먼쇼 같은 내 인생, 사람이 주체되는 연극 꿈꾸죠”

발행일 2018-11-06 19:44:3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7> 배우 박세기



올해로 13년째 연극 무대에 서고 있는 배우 박세기(35)씨는 오늘날 자신이 있기까지 영화 ‘트루먼쇼’와 같았다고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이 기이하리만큼 펼쳐지고 있어서다.

내성적인 성격에 영화나 연극 등 연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에게 연기는 불현듯 찾아왔다. 군대시절 연극하다 온 후임병을 제대 직전 만나면서다.

“야간 근무 중 그 친구에게 연기를 해보라고 했는데, 어둠 속 연기를 하는 그의 눈빛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어요. 그때 나도 연기를 해봤으면 좋겠다 하니 그 친구가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집을 전해주더라구요. 이후 말년 휴가 나왔을 때도 서점에 가서 연극 서적을 찾아볼 정도로 순식간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제대 후 연극을 하기 위해 막연히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찾아간 곳이 극단 고도였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극을 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시작했던 것 같다. 아동극 무대를 시작으로 1년 뒤 성인극 무대에 섰다”고 떠올렸다.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2008년 대구연극제 신인연기상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009년 전국연극제 연기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대중적으로 누구나 하는 걸 싫어했기에 연극을 하면서도 어떤 역할이라도 개성있는 캐릭터를 입혀냈다.

대구연극제 신인연기상을 안겨준 연극 ‘발자국 안에서’에서 노인 역을 비롯해 ‘녹차 정원’에서는 장애인 역할, ‘아일랜드’의 ‘흑인죄수’ 역할 등에는 그만이 낼 수 있는 색깔이 묻어 있었다.

이밖에도 뇌세포, 늑대인간, 게이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냈다.

박씨는 “흔한 역이라도 사람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 남들이 하는 것, 대중적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심지어 극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표현하는 방식이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르게 해석을 하고 다르게 연기를 했다”고 전했다.

2010년 더 넓은 연극 무대를 꿈꾸며 서울로 향했다.

그는 “연극을 전공한 게 아니기에 좀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고, 다양한 연출과 작품을 만나고 싶어 고민하다가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얼음조각 일을 하셨던 외삼촌의 일을 도우면서 살 곳을 마련했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여러 오디션을 보고 극단에도 속해 활동했다. 힘들긴 했지만 다양하게 많은 것을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수도 없이 많은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음악하는 사람도, 미술하는 사람도, 무용하는 사람도 다 주체가 돼서 하는데, 왜 연극은 연극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항상 오디션을 봐야 하고, 누군가에 의해 쓰임을 당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을 때 나라는 사람이 주체가 돼서 연극을 해볼 순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저 1인극이 아닌,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쉽게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장소나 무대 등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서든 나의 생각이나 나의 예술성을 보여줄 수 없을까 고민 끝에 퍼포먼스나 미술적인 콘셉트를 이용해 찾거나 만들어 나갔다.

지난해 대구문화재단 대구예술발전소에 입주해서는 미술가와 무용가 등 다른 장르의 작가들과 협업하기도 했다. 단순히 장르끼리의 콜라보에서 벗어나 미술가가 연극을 해보고, 연극배우가 무용을 해보고, 무용가가 미술을 해보는 방식이다.

그는 이를 ‘독립공연예술’이라 명명했다. 연극을 베이스로 하지만 최대한 연극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독립공연예술은 자신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칭찬 보다는 ‘그게 연극이냐’고 우려의 소리를 많이 들어요. 제게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저는 ‘정체성이 없는게 제 정체성인 것 같아요’라고 답하곤 하죠.”

최근에는 인형극에도 뛰어들었다. 실직자가 된 가장의 무게를 그린 인형극 ‘구두의 요정’ 연출을 맡아 서울 가리봉동에서 열린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공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하나의 예술가로 불리는 것이라고 했다.

“‘나만의 방식, 연극은 이렇다, 예술은 이렇다’라는 걸 확립시킬 것이고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새로운 사람들, 미술, 음악 할 것 없이 새로운 장르의 사람들을 만나고 작품을 접하면서 계속 공부해 나가고 싶어요.”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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