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 피리부는 도깨비…뮤지션 한형동 “슬픈 존재 아우르고 싶어”

발행일 2018-11-27 19:30:5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8> 뮤지션 한형동



“저는 언제나 우울하고 슬픈 존재였어요. 어떤 식으로 얘기를 풀어갈까 생각하던 와중에 도깨비가 떠올랐죠. 무대에서 만큼은 ‘귀신 같은 한맺힌 슬픈 존재를 아우르는 도깨비’가 되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일그러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도깨비 말이에요.”

뮤지션 한형동(33)씨는 ‘피리깨비’라는 예명으로 그룹 ‘구담’, ‘브릴리언트’, ‘데우스’ 등에 속해 향피리, 아일랜드 관악기 캘틱 휘슬,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몽골리안 흐미 등 전세계의 관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슬픔이 있는 존재를 아우르는 도깨비’라는 가면을 쓰고자 했지만 실제 그의 모습은 동화 속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천진하게 피리부는 도깨비’의 모습이었다. 이래나저래나 ‘피리깨비’다.

그가 음악인의 삶을 살아야겠다 결심한 것은 중학교 때였다. 관악기를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향피리를 불기 시작했고 그 매력에 매료됐다. 교사셨던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예고 진학을 준비했다.

“경북예고에 진학해 전세계의 음악단체가 오르는 무대를 접하면서 시야를 넓혔던 것 같아요. 세상에 다른 음악, 내가 몰랐던 음악이 많다는 것을 알았죠. 전세계 전통악기로 연주한 음악,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악 안에서 악기들의 기법과 연주를 할 때 연주법 등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특히 관악기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종류가 많으면서도 크기가 작아 들고 다니기 편하고 악기별로 소리내는 방법이 다르다보니 그 원리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사 모으기도 하면서 파고들었다.

단순히 좋아 시작한 음악이었지만 그는 음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어린시절 좋지 못했던 가정환경으로 마음에 생긴 생채기를 갖고 있었던 저처럼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해주고 싶었어요. 음악을 통해 ‘그 아픔을 나도 알고 있고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지금은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있어요.”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둘러 금과 은을 만들어 내듯 진정 ‘피리깨비’가 돼 음악으로 사람들의 상한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던 것.

국악음악치료학과를 졸업하고 음악치료사 자격증인 임상음악재활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악기를 수리하고, 다시 만들어보고 꾸미는 것도 다양한 소리를 내는 관악기의 특성을 살려 사람들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서였다.

한씨는 “피리 두개 세개를 붙여보기도 하면서 이 선율이 이 음악에 맞을까. 또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며 악기를 만지고 있다. 심리가 어떻게 변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며 그로 인해 어떤 과정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대감으로 악기를 수리하고 매만졌다”고 전했다.

전세계 음악을 퓨전으로 작업해 연주하고 있는 그의 음악 철학은 분명하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국악을 베이스로 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 미국 등 해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국악을 통해 한국 전통 알리기에도 한 몫하고 있다.

그는 “외국은 특히 우리나라 전통 오리지널 음악을 제일 좋아한다. 제대로된 전통 연주를 보여주면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있다. 한 달 전 쯤 다녀온 미국 공연에서도 한국 전통으로만 보여달라는 요청이 있어 장구, 태평소, 향피리, 가야금 등 민요와 국악 등 전통음악만 연주하고 왔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계명문화대, 학생문화센터 영재원에 출강하면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힘겨워도 버텨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후학 양성도 좋지만 지쳐 쓰러지더라도 무대에 있고 싶어요. 그리고 음악을 듣는 분들이 언제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전에 없던 무언가, 그게 뭐가 될지 모르기에 계속해서 고민하고 나아갈 거예요.”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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