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전공 불일치면 어떠냐고?

발행일 2015-06-30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변호사가 감염병 대책 말하고심리상담가가 소설 표절 논해국민 위한 자리도 ‘불일치’ 판쳐”

김승근사회1부

깜짝깜짝 놀란다. 케이블TV라고 보통 말하는 종합편성채널 즉 종편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지상파가 갖지 못한 틈새 프로그램 공략으로 일부 드라마, 오락, 여행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지상파의 그것을 뛰어넘은 것도 많다. 짧은 이력에 비해 경쟁력을 갖춰 가는 채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그것땜에 놀란 건 아니다. 시사 혹은 뉴스 분석 프로그램의 출연자 면면이 그렇단 것이다.

변호사가 북한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감염병에 대해 과학적 견해를 밝힌다. 교육정책은 물론 취ㆍ창업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한다. 그 부문의 박사학위라도 따로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모든 걸 한 사람이 다 한다는 것이다.

특정인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각 종편 혹은 뉴스전문채널에 등장하는 상당수 패널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다양한 계층의 문제를 접하는 변호사는 나은 편일지 모른다. 스튜디오를 하는 사람이 메르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심리상담가가 소설 표절에 대해서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어제는 북한의 인민무력부장 처형에 대해 논평하던 패널이 오늘은 부동산 광풍에 대해 해설한다. 이쯤되면 시대가 낳은 석학이니 그 자리에 있기 아까운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들의 얘기가 시민의 단순 반응차원을 넘어선다는 것. TV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공신력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분석은 절대적으로 데이터베이스가 뒷받침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청자 우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공 불일치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4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취업자에게 본인의 전공과 직업의 일치를 질문한 결과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의 전공과 직업 일치도가 43%, 4년제 미만 졸업자는 35%, 특성화고 졸업자는 18.7%로 급격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이상 전공을 갈고 닦아도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취업난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적성과 전공을 살린 일자리를 찾으면 좋지만 그게 쉽지 않아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는 이들이 직장인의 절반인 것이다.

이같은 생계형(?) 전공 불일치는 안쓰러운 면도 있지만 때론 인생 역전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종편 패널들의 전공 불일치는 그 자체가 난센스다. 프로그램의 질은 물론 뉴스분석에 대한 신뢰도를 현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해 4개 종합편성채널 이행실적에 따르면 이들 방송사에서 보도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게는 25%, 많게는 50%에 가까웠다.

신문보다 빠르게 뉴스를 접할 수 있고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많은 장점을 가진 방송, 그것도 종편에서 뉴스비중이 많다는 건 흉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얼굴들이 삼라만상 모든 것에 통달한 것처럼 말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등장하는 패널들 역시 ‘전공 불일치’건에 대한 논평을 요구할 경우 정중히 사양하는 것이 도리다. 제작진도 방송에 적합한 마스크, 목소리, 생방송에 투입돼도 잘할 것 같은 방송 경력만으로 전공 불일치 패널을 등장시키는 것에 대해 제작의 편의성만 고려하고 시청자에 대한 배려를 등한시한 게 아닌가 되돌아 봐야 한다.

우린 이미 “전공 불일치면 뭐가 어때서”라고 하다가 문제가 된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봐왔다. 특히 생명과 연관된 곳의 전공 불일치가 얼마나 많은 피해와 희생을 요구하는지 뼛속 깊이 잘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종편 패널들은 오히려 ‘애교’일 정도로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자리엔 여전히 전공 불일치 나아가 능력 불일치가 판을 치고 있다.

얼굴이 좀 알려졌다고, 윗사람과 친분이 있다고, 지역 안배차원 등의 이유로 전공 불일치 인사를 등용한다면 제2의 세월호, 제2의 메르스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담보는 먼나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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