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선거작전설’ 사실일까?

발행일 2015-11-30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식물국회 이어 ‘식물정부’ 만들려나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당선 후 전직 대통령을 초대한 자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YS)을 보고 ‘화해하자’고 먼저 제의했다. 그러나 YS는 ‘IMF(외환위기)에 대해 먼저 사과하시오’라고 하면서 ‘그러면 화해하겠다’고 응답했다. 물론 DJ는 사과 않았고 따라서 화해는 없었다.

그럼 YS는 왜 그렇게 IMF위기와 DJ와의 연관성에 대해 집착을 보였을까. 2009년 라디오 인터뷰서 밝힌 YS의 논리는 이렇다.

당시 우리 경제는 경제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만큼 위기상황이었다. 이를 느낀 YS는 IMF위기가 오기 1년 전인 1996년에 노동법개정과 한은법 개정 등 금융개혁법입법을 시도했다.

그런데 1995년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의 야당은 사사건건 반대만 했다. 심지어 기아사태 등 기업관련 조치마저도 반대했다.

그래놓고는 정작 DJ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YS가 하려고 했던 것을 그대로 해서 환란을 극복했다는 것. 그러므로 외환위기 책임의 65%는 DJ에게 있고 그러므로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실제로 어느 정도는 일리 있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IMF외환위기의 요인은 시스템론에서 문화론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20여가지나 된다. 그중에 노동법개정 실패 등도 한 요인이 되므로 그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YS가 IMF위기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뿌리에는 원화 고평가와 그로 인한 외환보유고 급감 등 정책실패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든 IMF외환위기라는 비상사태가 일어났고 그 결정적 요인에 의해 우리나라는 50년만에 여야 정권교체라는 위업이 이뤄졌다.

지금은 어떨까? 며칠전 우리나라 전직 경제관료와 경제학교수 등 1천명이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백천간두에 선 미증유의 위기라고 규정하고 정치권과 재계, 노동계의 각성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이 있었다.

우리경제의 핵인 반도체, 선박, 석유화학, 철강 등이 노쇠화로 수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중국의 성장률 하락과 미국금리 인상 가능성 등 국제환경도 상당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경제만 놓고 보면 IMF위기 전과 비슷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백날 우리경제를 걱정만 하면 뭐하느냐’고 질타한 후 이는 위선이자 직무유기이며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는 돌직구를 날린 배경에는 이러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사실 지난 3월에도 “대통령으로서 경제 한번 살려볼 테니까 한번만 봐 달라” “그렇게 야당이 다 해줬는데도 내가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이는 대통령의 책임이다”고 호소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관한 한 아무 일도 못했다. 이 역시 1996년의 YS와 입장이 같다.

이렇게 되자 아무 일도 못하게 하는 ‘저주의 정치’는 실제로는 야당의 집권작전이 아니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진보집권 플랜을 의미하는 소위 그랜드플랜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작전설이 그것이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96년 당시 YS에 실패를 안겨준 작전을 그대로 재상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아무 일도 못하게 하는 ‘식물국회’를 이용한 ‘식물정부’ 작전이랄까.

만약 3년째 국회서 낮잠 자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살리기 법과 국회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중FTA 그리고 노사정합의에 따른 후속 노동5법이 통과되어 대통령 뜻대로 법적 조치가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되면 60여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는 등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높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내년의 총선이나 그 다음해의 대선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지금 ‘세상을 뒤집자’느니 ‘전국을 마비시키자’느니 하는 민노총 등의 총궐기시위와 함께, ‘헬 조선’이라는 신조어로 현실에 절망감을 부채질하는 일련의 움직임이 설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누구라도 ‘뭔가 있구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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