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대구 초선, 존재감을 보여줘”

발행일 2016-05-27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여소야대의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열린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시청문회법이 통과됐다. 아슬아슬하게. 여당인 새누리당이 선거의 후유증을 치유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친박과 비박간에 선거 참패라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혁신위 비대위 타령 속에 일어난 일이다.

선거 막판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며 참패한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의 성찰하는 의연한 모습은커녕 각자 도생하며 제 갈 길 찾기 바쁜 오합지졸의 양태를 연출했다. 이 바람에 통과된 상시청문회법은 개원을 앞둔 20대 국회의 앞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듯하다. 정계 개편의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지난해 유승민 원내대표 당시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가 불러온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라’는 지엄한 명령은 총선에서 유승민 찍어내기로 이어졌고 결과는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를 가져왔다. 그런데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지도부 공백상태 속에 또다시 상시 청문회법 상황을 만든 것이다.

상당수 의원은 20대 국회에 등원하지 않기 때문에 ‘잘 해봐라’ 하는 식으로 통과시켰을 수도 있다. 이쯤에서 국민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것은 상시청문회법 같은 것을 하라는 요구다. 그것 하나 못한다면 우리 정치는 총선에서 분출했던 민의의 또 다른 제2의 폭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는 지나고 보면 늘 식물국회니 놀고먹는 국회라는 등 비난을 받았지만 그래도 개원 당시에는 소장파 의원들의 혁신과 정풍 운동도 있었고 계파를 초월해 국정을 우선하겠다는 다짐대회 같은 것도 있었다. 개원도 하기 전에 줄서기에 나서고 벌써부터 행동대원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초선 의원들을 볼 때 동네 애송이들을 행동대원으로 앞장세워 골목 주먹들을 휘어잡은 조폭을 떠올렸다.

초선답게, 당신들을 선택해 준 대구시민의 뜻을 존중해 달라. 그래서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그 구호대로 존재감을 보여 달라. 하루를 하더라도 국회의원 같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그런 용기 있는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당선자 개인의 영광이 아닌, 뽑아 준 유권자와 국민을 위해 한 몸 던지는 그런 신념과 배짱을 보고 싶다.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기 위해 벌이는 공약이 아닌, 이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당당하게 국민 앞에 내 목소리 내는 국회의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300명 중 1명이 아닌, 단독 입법기관으로 우뚝 서는 초선의원을 보고 싶다. 그것이 표를 준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이 친박을 만든 적이 없고 그들이 스스로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22일 “앞으로 친박 비박이라는 표현을 쓰는 언론은 나와 소통하기 어려울 거다” 그러면서 차라리 주류 비주류로 써 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도 친박에 대해 부담스러워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총선 민의를 읽지 못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있다.

TV화면에 등장하는 지금 새누리당 내부 세력다툼에서 친박의 깃발을 흔들고 있는 기수들은 지역의 몇몇 초선을 포함한 초재선 의원들이다. 물론 자신을 등 떠밀어 준 실세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또는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친박이라는 구호 때문에, 혹은 진짜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수행하기 위해 나섰다 하더라도 국민의 눈에는 볼썽사납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는 일하는 국회요 서로 소통해서 대화로 국정을 처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걸 무시하고 친박의 깃발만 들고 나서면 국민들은 또 한 번 실망하게 된다.

이 판에서 새누리당, 특히 대구의 초선의원들은 달라야 한다.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특정 계파의 홍위병이 될 것이 아니라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를 읽어야 한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에게 “계파 해체를 선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는데, 계파를 깨뜨리는데 대구의 초선들이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한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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