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발행일 2016-07-27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경기 침체에 대한 대책으로소비 진작책 단골로 제시하지만기업도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일반인들이야 덜 다니고 덜 쓰고 절약해 살면서 경기가 풀릴 때까지 그럭저럭 견딘다지만 기업들은 경영수지가 갈수록 악화되어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지속적인 내수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판매부진과 동일 업종 간 경쟁 심화, 낮은 수익구조 등의 이유로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어려움을 견뎌내지 못해 도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경영상황 개선을 위해 각종 공과금 및 세부담 완화, 자금지원 확대 등 다양한 기업지원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도 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구조조정ㆍ브렉시트 등 난제가 산적해 있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난파 위기에 처해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경기 침체에 대한 대책을 내어놓으라고 하면 경제 전문가나 관료들은 소비 진작책을 단골로 제시한다. 나는 이런 정책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번 생각해보라. 경기가 어려울 때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것은 당연하다. 돈이 모자라니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떻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책은 없다. 묘두현령(猫頭懸鈴)이나 조삼모사(朝三暮四)와 같은 대책을 내어놓으면서 정작 고양이 목에 누가 어떻게 방울을 달 것인가에 대한 방안은 없다. 정말 믿기지 않는 대책임에도 수십년이 넘도록 경기가 침체되면 내수 활성화를 위한 방법으로 통하고 있는 답안이다.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은 소비자가 스스로 달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이 봉이냐’ ‘울며 겨자 먹기로 또 지갑을 열어야 하나’ 고 질문한다면 또 하나의 단골 대답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들이여, 위기에 빠진 나라경제를 위해 희생하라’는 식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래서 애국심이나 애향심에 기대어 ‘지역상품 사주기’ 등 소비촉진 운동이 일어난다.

전반기에는 정부가 개별소비세 재인하 등 소비 진작책을 썼음에도 성장률이 소폭 상승에 그쳤다는 분석은 더 이상 소비자들의 지갑에 기대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전략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좌초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인양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기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실업자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비할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과 소비자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바로 기업의 일원이고 그 가족들이다. 따라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기업의 성장을 돕는데 주력해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매출이 늘어나면 고용도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지는 것 아닌가.

특히 정부 지원사업 중에는 일회적인 자금지원을 통해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지원제도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3~6개월이나 1년 정도 몇천만 원 정도의 소액을 지원해서 바로 매출이 늘어나고 기업성장이 수치로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렇게 탁상공론만 벌이다가 보니 정부지원사업에 대한 효과가 미미한 것이다.

성과를 내어놓으라고 족치니 지원기관들은 수치로 집계된 성과들을 발표하는데 급급하다. 이런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는 기업들도 정부지원에 의존하거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자구책을 세우고 자발적으로 불황을 돌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한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배울 점들이 많다. 1990년대 초반 시작된 장기 불황 동안에 일본의 대부분 산업이 쇠퇴했으나 자동차는 달랐다. 일본 산업이 몰락해가던 2000년대 초반, 도요타는 ‘모노즈쿠리’를 통해 제조업 부활의 길을 모색했다. ‘모노즈쿠리’는 제품 제조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말한다. 모노즈쿠리와 가이젠(改善)을 조합한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 70여년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지켜온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선 도요타의 정신을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본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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