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처음부터 진짜 뉴스는 없었다

“취재 기자가 인지하는 순간부터 뉴스에는 벌써 주관이 끼어든다독자에 따라 또 한번 휘어지기도 ”

2017.02.17

이경우
언론인


‘카더라’ 통신이 유언비어 날조의 진원지였던 때가 있었다.
떠도는 소문을 확인할라치면 ‘신문에 났더라’는 한 마디로 검증되던 때였다.
정보를 사회 구성원 중 일부에서만 독점하던 아날로그 시대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1인 미디어가 가능한 세상이다.
누구나 기자가 되는 시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 출마를 접으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가짜 뉴스를 들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유엔 사무총장 말년에 갈수록 대통령에 출마할 듯 안개를 피우며 지지율이 고공비행했다.
그러나 올해 초 귀국하자마자 한국 정치판의 냉엄함과 우리 언론의 혹독한 검증은 반기문에게 기대하던 꽃가마를 헌납하지 않았다.
그걸 가짜 뉴스에 분풀이한 것이다.

탄핵소추받아 업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을 인터뷰한 언론사도 정규재tv라는 1인 인터넷 방송이다.
무엇을 어떻게 묻고 또 어떻게 답하는지, 어디까지 편집해서 보여줄 것인지 순전히 자기 마음대로다.
그 방송을 보고 박 대통령이 불쌍하다며 안타까워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더 답답해 한 사람도 있을 터다.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세력이나 언론이 지나치다는 사람이나, 그러니까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거나 기각돼야 한다거나 판단은 각기 개인의 몫이다.

그래도 이런 방송은 생산자가 분명하니까 보는 사람들도 분명히 판단할 수 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가짜 뉴스라고 못 만들 이유도 없다.
문제는 뉴스 생산자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뉴스가 사회관계망을 돌아다니면서 세포 분열하듯 유포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는 한 진원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이 되는 거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주말마다 서울 한복판 지근거리에서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가짜 뉴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특검이 곧 해체된다거나 북한군 특수부대 요원이 서울에 와서 봉기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등.
그런데 내 주변에도 가짜 뉴스들이 쏟아진다.
뭔가 찝찝하다.
퀴퀴한 냄새가 난다.
왠지 세련되지 못하고 조잡하고 궁색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해 오는 소식들이 정말 짜증 나고 피곤하다.
물론 친구를 승낙하거나 연락처를 남겨서 얻은 자업자득이지만. 신문은 내가 읽고 싶은 뉴스를 골라 읽으면 되고 방송은 채널을 돌려 버리면 그만이지만 이 뉴스들은 만화 속 좀비처럼 끈적끈적 괴롭힌다.

이런 뉴스들은 대부분 특정 정치인을 비난하거나 정치적 소견과 행태들을 헐뜯고 비방하는 내용들이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가짜 뉴스들은 모두가 출처가 불분명하다.
소위 말하는 ‘퍼나르기’다.
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를 퍼 나르기 할까. 이렇게 몇 차례 퍼 나르다 보면 누구의 이야기인지, 출처가 어디인지, 자기도 모르면서 남에게 무례를 저지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야동과 함께 퍼 날라지는 가짜 뉴스는 보내는 사람의 인격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뉴스는 취재 기자가 인지하는 순간부터 벌써 주관이 끼어든다.
사실에 의견을 뒤섞은 뒤 사실을 적당히 비틀어 진실과 허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구태여 조작하고 각색하고 연출하지 않아도 시각을 바꾸거나 편집 기술을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모조품이 생산된다.

결정적으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또 한 번 휘어지기도 한다.
이런 식이다.
미당 서정주가 김동리의 시 한 구절을 보고 절창이라고 칭찬했다는 얘기.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는 것을”. 그런데 김동리가 보낼 때는 ‘꽃이 피면’이 아닌 ‘꼬집히면’ 이었다나. 가짜 뉴스 판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뉴스 생산자의 소속사와 실명을 밝히지 못하면 그건 모두 가짜 뉴스다.
순전히 내 기준인데,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의 기명 기사라야 그 내용을 신뢰할 수 있다는 거다.
‘보여진다’거나 ‘알려졌다’는 둥 ‘카더라’가 아닌.
이경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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