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멋진 수비수를 원하나

“후보들이 펼치는 말의 성찬실천 담보 못하는 건 함정그들이 걸어온 길 새겨봐야”

2017.04.20

이경우
언론인


야구 경기에서 외야수는 심심하다.
어쩌다 날아오는 플라이볼을 온몸을 던져 막아 내는 장면은 보는 사람들을 경탄하게 만든다.
그런데 야구를 좀 아는 후배 얘기로는 그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거다.
제대로 된 수비수라면 타자의 성격과 투수의 구질, 그리고 게임의 변화를 살펴 수비 위치를 미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딱 소리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0.1초의 승부, 수비수의 발과 타자가 친 공의 속도전에서 발이 공을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공이 오는 길목을 미리 지켜 공을 잡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멋진 수비수는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수비수라고 했다.

대선이 돌발 변수로 일곱 달이나 앞당겨지고 보니 어느 때보다 후보 검증의 시간이 적다.
그럴수록 매의 눈으로 후보들을 지켜봐야 한다.
이번 같은 국가적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다시는 속지 말아야 한다.
저 선수가 준비된 선수인지, 아닌지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한 가지씩이라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이럴 때 하고 싶은 말이 과거는 곧 미래라는 금언이다.
과거가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단초라는 역사학자들의 말이다.

15명이나 되는 후보들이 저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섰다.
19대 대통령 선거 이전에도 그랬다.
어느 후보가 나라를 구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저마다 자기가 적임자라고 했었다.
결국 유권자의 몫으로 넘겨졌는데, 돌이켜보면 우리 집단 지성의 판단은 번번이 최선의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어쩌면 더 망하지 않고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박근혜를, 이명박을, 노무현을, 김대중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형편없는 나라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가설 말이다.

선거 기간이 짧은 데 비해 챙겨봐야 할 쟁점들은 차고 넘친다.
신문이나 방송은 저마다 쟁점들을 나열하며 후보들을 분석하는 데 소비하고 있다.
어느 후보인들 나라를 위하지 않는 후보가 없고 안보를 뒤로 미뤄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경제를 들먹이지 않는 후보도 없다.
경제 문제만 하더라도 진단과 해법이 제각각이다.
소득 양극화와 청년 실업,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금융과 부동산 문제 등 따지고 들수록 복잡하다.
다른 것 같은데 어찌 보면 비슷하기도 하고.
흔히 선거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나로서는 솔직히 그게 그거다.
어느 후보의 정책이 더 지금 우리에게 맞고 또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말이다.

문제는 모든 국민이 국방이나 경제 문제에서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주장도 그 배경이 되는 이론이 적용되기 위한 때와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적절한가를 따지는 것이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후보들이 펼치는 말의 성찬이 그 내용과 실천을 담보하지 못하는 데 있다.
유권자들이 눈치 채야 할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 주겠다는 달콤한 공약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표를 얻기 위해 말로 돈을 찍어 낼 수도 있고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선거 때면 나와서 어떤 슬로건이 유권자들을 혹하고 꾈 수 있는지 선거판에서 정책이나 구호만 연구하는 선거꾼들이 득시글거린다.
그들이 어느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문제는 후보 개인의 자격이고 그와 함께 하는 그룹들의 자질이다.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그 후보의 걸어온 길을 새겨 보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때는 어떤 위치에서 있었나? 탄핵 정국에서는 무엇을 했나? 정권의 탄생에는 어떤 역할을 했나? 세월호에 대한 그의 입장은 어떤 것이었나?
물론 그 이전 정권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권의 공과를 따져봐라. 개인적으로 비극으로 끝난 전직 대통령들의 현직 시절, 그들을 도와주었던 주변 인물들은 그때 어떤 역할을 했나? 그러면 반대했던 사람들은 왜, 무엇 때문에 반대했고 그런 사실들을 지금 평가하면 어떤 점수를 줄 수 있을까. 그때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나? 과거가 곧 미래이니까.
이경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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