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과 실리콘

“먹거리 문제 어제오늘 일 아니다제철 식재료 합당한 가격 치르기 환경을 보호하는 첫걸음 될 것 ”

2017.09.13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며칠 전 60대 중년 여성의 얼굴주름 수술을 하다가 피부 아래쪽에서 콩알만 한 덩어리를 몇 개 발견하게 되었다.
터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일부를 제거한 다음 환자에게 보여 주었다.
처음에는 기억을 못 하다가, 조직검사를 통해 실리콘액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니, 그때야 40대쯤 친구 따라갔다가 볼과 광대뼈 아래쪽에 콜라겐 주사(?)를 맞았다고 실토했다.

환자는 20년 전 얼굴에 맞은 이물질이 채 사라지지 않고 피부 아래 조직 속으로 파고들어 여기저기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미용성형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요즘도 이런 이물질을 피부 아래쪽에 주사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매스컴을 통해서 보도되는 것이 이제는 줄어들 법도 한데, 아직도 얼굴에 이물질을 주입하는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다 보면 우리 국민의 보건의식에 대해서는 갈 길이 요원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실리콘액은 일단 몸에 주입되고 나면 몸의 비어 있는 틈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자리 잡게 된다.
이 물질은 혈관이나 신경, 근육 등의 틈으로 스며들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일단 자리 잡은 이물질들은 그 주위의 혈관, 신경, 근육 때문에 제거하기가 까다롭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부만 제거할 수 있게 되다 보니 그 자리에 남아있는 이물질들은 계속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처음부터 성형외과 전문의들에게 제대로 된 시술이나 수술을 받았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비싸다고 값이 싼 것에만 관심을 두고 정상적인 경로가 아닌 곳에서 불법시술을 한 것이 수십 년이 지나서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친 것이다.
마치 요즘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하는 먹거리 문제를 연상하게 한다.

최근 살충제 계란이 매스컴에 도배되다시피 하던 중, 그나마 안전하리라 생각했던 자연방사로 키운 닭이 낳은 계란에서 DDT가 검출되더니, 이어서 닭과 토양에서도 DDT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아닌가 한다.
DDT는 30년 전부터 한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였다.
반감기가 15년 정도 걸리는 것이라서 축사가 있기 전에 과수원이었던 그 땅에서 사용되었던 살충제가 토양에 남아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닭을 통해서 계란으로 축적되었고 결국 인간에게까지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얼마 전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에서 시작해서, 소시지, 햄, 돼지고기, 소고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먹거리들이 살충제, 항생제 등 인간이 사용한 화학약품으로 오염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먹거리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또, 해양 오염으로 인해 작은 멸치들이 플라스틱 알갱이들을 먹이로 알고 먹고 있다는 것이나 참치, 상어 같은 어류의 몸에 수은이나 중금속이 예사롭지 않을 만큼 들어 있다는 것은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 되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으로 해마다 수많은 소, 돼지, 닭을 땅에 매몰시키는 것처럼, 이번 살충제 계란과 플라스틱을 먹은 멸치는 우리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다반사의 일 중 하나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이 소비하기 편리하도록 먹거리를 값싸게 대량생산하고 또 이것을 산업화를 시키는 과정에서 지구의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있다.

환경오염이 지금은 별문제가 없으리라고 자위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DDT처럼 예외 없이 여러 단계를 거쳐서 수십 년 뒤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앞으로 먹거리와 환경오염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때다.
결국 동물이나 식물이 원래 자라나던 환경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자연스러운 상태에 가깝도록 생산하는 것이 우리의 먹거리 안전과 환경에도 가장 적합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맞추려면 생산비용이 증가해서 가격이 오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이미 값싼 수입농산물에 익숙해진 우리가 가격이 오르면 국내산 농산물 소비를 줄일 수도 있으므로 이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에 얻을 수 있는 식재료에 합당한 가격을 치르는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환경을 보호하는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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