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안심하게 하려면

“이미지 중독과 희망의 고통 탓북한의 도발에도 무덤덤한 국민들불확실성 없애 희망 실현에 최선을 ”

2017.09.13

박준우
박준우

피골이 상접한 아사 직전의 아프리카 어린이나 온몸에 파리가 붙어 있는 임종 직전의 난민 모습을 처음 볼 때, 대부분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으로 밥도 먹지 못한다.
그러나 비슷한 장면을 계속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 충격은 완화되고 감각이 둔해지고 무덤덤해진다.
폭력과 살인을 다룬 범죄 영화를 계속 보게 되면 실제로 일어난 폭력과 살인사건을 별 충격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비슷한 장면을 계속 봄으로써 신선함과 충격이 사라지게 되는 현상을 ‘이미지 중독’이라 부른다.
 

북한은 6차 핵실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조치를 두고 ‘경거망동’이라고 비난하며 “푼수 없이 놀아대다가는 감당 못 할 재난만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고 막말을 퍼붓고 있다.
북한은 우리 군의 타격훈련 등을 두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꼴불견’이라고 비아냥거리며 “이것은 우리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도 가늠 못하는 무분별한 행태가 얼마나 파국적인 대참사를 불러오겠는지 전혀 가늠조차 못하고 미국의 방패막이, 전쟁대포밥으로 나서서 자멸을 재촉하는 어처구니없는 망동”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들은 “미국과 정의의 핵전쟁도 불사할 우리에게 있어서 남조선을 대상(상대) 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시험 성공이 가지는 의미와 정세의 추이를 똑바로 보고 엄청난 재앙을 몰아오는 부질없는 대결 망동을 즉시 걷어치워야 한다”고 협박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가 내뱉는 말들을 곰곰이 되새겨보면 섬뜩하다.
남한 너희가 아무리 까불며 무슨 짓을 해도 핵폭탄 한 발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말이다.
평소에는 그들의 핵이 미국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남한도 포함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은 극에 달하고 있는데 우리 국민 대다수는 이상하리만큼 담담하다.
이런 현상은 정권과 정당이 오랫동안 남북문제와 안보를 정권 유지 또는 정권 교체를 위해 악용한 데서 나온다.
국민들은 편향된 시각으로 남북문제를 바라보는데 길들어 있다.
한쪽에서는 극도의 긴장감과 위기를 이야기하고 다른 쪽에서는 전쟁은 절대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남남갈등이 아무리 심각해도, 북한이 어떤 협박을 해도 그동안 별일이 없었다는 사실과 상시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이미지 중독 현상 때문에 그냥 무덤덤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리당략과 사익을 위해 남북 관계를 극단적으로 몰고 가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요란하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우리가 처한 현실을 상당히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소망하며 어떤 낙관적인 기대를 갖고 오늘과 내일을 바라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무엇을 소망하고 희망한다고 해서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희망은 재앙 중에서도 최악의 재앙이다.
왜냐하면 희망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스피노자는 “희망이란 결과가 어느 정도 의심되는 기쁨이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희망이란 결과가 불확실한 기대 또는 기쁨을 말한다.
스피노자의 말은 희망이 고통을 연장시킨다는 니체의 말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준다.
희망은 그 속성상 결과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가진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한 채 현재의 고통을 계속하여 감내할 수밖에 없다.
수험생과 공시족이 고통스럽고 북핵과 북미 대결을 바라보는 국민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결과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희망이든 절망이든 한쪽 극단을 부추기는데 익숙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맹목적 낙관이나 불안을 부추기는 대신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신뢰감을 보여 주어야 한다.
희망 속에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희망이 현실로 실현될 수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 또한 개인의 행복과 국난극복을 위해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희망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힘이다.
그 희망은 연습하여야 한다.
희망을 연습하여 희망이 깃드는 세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희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 에른스트 블로흐의 말이 유난히 와 닿는 요즘이다.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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