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회

“미국의 한국 소외 논란 해명 월스트리트저널 반응은 썰렁 이번 정상회담 정말 성공했나”

2017.11.14

박병용
객원논설위원 전 VOA 서울지사장


북한의 잇단 ‘화성 미사일’ 시험발사 감행에다 ‘말폭탄’ 주고받기로 한반도 주변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중일 3국 방문이 마무리됐다.
애초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던 한-미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연설은 국내외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인식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아주 중요한 나라다.
한국을 우회(skipping)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단언했다.
미국이 북한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국을 소외시킨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passing)-한국 소외’ 논란에 대한 답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래서일까 외신은 가슴 졸이던 한국인들이 한결 안도하게 됐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국빈으로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언제 호전적인 언행이 튀어나올지 몰라 조마조마했던 터였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내놓은 대북 메시지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불안해하는 한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차원도 있어 보인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그런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동맹국과 우호와 협력의 필요성을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3국 방문에서 또 하나의 관심사는 한-중-일 세 나라의 영접 방식이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미국산 무기를 더 많이 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론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접대 골프를 치던 중 급하게 보조를 맞추려다 ‘벙커’ 턱에 걸려 자빠지는 남우세를 사기도 했다.

‘트럼프 환대’에는 중국도 일본 못지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중국 의장대 사열을 받은 곳은 베이징 톈안먼광장. 100만 명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넓은 광장이지만 주변도로 교통이 통제된 것은 물론이다.
이미 도착 첫날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 영접하는 ‘1일 황제’ 체험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이 같은 ‘의전 환대’ 뿐만 아니라 시진핑 중국 주석은 미국에 279조 원에 이르는 경제협력을 약속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받아 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세계 최강국 대통령답게 초청국의 위상을 고려해 예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비무장지대(DMZ) 방문도 그 중 하나였다.
하루 전 단독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즉석 제안한 DMZ 방문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비록 악천후 때문에 두 대통령이 함께 DMZ에 서는 것은 무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아무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촘촘한 일정을 쪼개 문 대통령에게 성의를 다해 호응한 것이었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자체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한미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문에 나온 문구 해석에 청와대와 외교부가 몇 차례나 해명을 거듭한 일 말이다.
공동발표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고 언급돼 있다.
이른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전략이다.
여기에 한국이 ‘참여하느냐→ 동의하느냐→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로 해명이 오락가락한 것이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이런 문제에 대해 사전협의나 공동인식을 하지 않은 채 국빈 초청외교를 하는 게 아닌지 우려를 자초한 모양새다.

대다수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다만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좀 다른 입장을 보였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WSJ이 한국 대통령을 지칭해 ‘못 믿을 친구’라고 이례적으로 표현한 연유에 대해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