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발행일 2017-11-21 20:05:3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사법절차서 생기는 억울한 처분 경찰관·검사·판사는 마음 몰라 내린 결정에 책임 지는 제도 필요”



“올바른 문명의 시대에도 비극은 찾아온다. 바로 형벌이 인생의 파멸을 선언할 때이다. 사회로부터 분리되고 고유한 정신을 지닌 인간이 재기할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 그 얼마나 고통스러운 순간인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구절이다. ‘레미제라블’은 1862년에 출간됐지만 범죄에 대한 처벌과 수형자들이 처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시간을 뛰어넘을 정도로 매우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었다…, 잘못된 선택이 벌어지고 그가 자백했음에도 형벌이 너무 무거웠던 것이 아닌가?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죄의 정도와 맞았던가? 형벌은 뉘우침에 너무 치우쳐 있던 것이 아닌가? 무거운 형벌은 사태를 악화시키고 죄인을 희생자로 만들고 채무자를 채권자로 만든다. 범죄를 저지른 인간을 법으로 용서해준다고 든다. 사회는 그 안의 부조리와 무자비함을 구성원에게 떠넘길 권리가 있는가? 그는 묻고 또 물었다.”

위고는 체포와 수감생활을 직접 겪기도 하였는데 당시 사법부를 권력의 충실한 대변자로 보고 극도로 불신했다. 위고는 ‘레미제라블’에서 사법부와 사법절차, 형벌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형벌이 개인에게 끼치는 가혹하고도 부정적인 영향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최근 적폐 가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한때 그들이 총애했던 검찰과 법원의 수사와 재판에 의해 구속되고 실형을 받는 것을 보면 검찰과 법원은 언제나 권력을 가진 자들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스스로 사회를 재판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그는 증오심에 차올라 사회를 벌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가혹한 운명을 사회적 책임으로 돌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에 대해 가혹하게 책임을 물으리라 생각했다. 자신이 남에게 해를 끼친 것과 남이 자신에게 해를 끼친 것 사이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단정 지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형벌은 죄에 대한 대가이지만 불공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무엇인가에 대한 적개심은 이성을 흐리게 만들고 오류를 만든다.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지는 않는다. 마음속에는 분명히 그 원인이 숨어 있다. 장발장은 크나큰 분노를 느꼈다.”

변호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억울한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많은 사람이 사법기관의 구성원인 경찰관 또는 검사나 판사의 처분에 대해 억울해한다. 억울하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정당하지 못한 일을 당할 때 가지게 되는 감정이다. 사법권력으로 인한 사람들의 억울함이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주관적인 감정에 불과한지를 떠나 경찰관이나 검사나 판사는 사람들의 억울함에 대해 실감하기 어렵다. 경찰관이나 검사나 판사의 처분이 내려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다. 또한 처분이 내려지면 다음 단계에 들어서서 절차와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정작 자신에게 억울한 처분을 내린 경찰관이나 검사나 판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경찰관이나 검사나 판사들은 자신들의 처분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억울해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억울함을 간직한다. 사법에 대한 불신을 가슴에 품는다. 판사나 검사 앞에서는 받드는 척하지만 돌아서면 변호사를 욕하듯이 판사나 검사를 욕한다. 인터넷에는 판사나 검사들과 관련한 사건에는 비난과 욕설로 도배된다. 경찰관이나 검사나 판사들이 자신의 처분에 대해 법률적으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권한은 절대적이고 책임은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의 과제로 대법원은 전관예우 근절, 재판중심의 사법행정, 법관인사 개선,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 등의 네 가지를 들고 판사들에게 사법개혁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사법절차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경찰관이나 검사나 판사들이 자신의 처분에 대해 최소한이라도 책임을 지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윤정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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