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

[이경우의 따따부따]수험생이 출제와 채점까지 하나

“대구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에의성·군위군이 참여하는 것은지원자가 주최영역 침해하는 격”

2018.01.11

이경우
언론인


대구공항 통합이전 후보지 선정 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듯하다.
오는 19일 열릴 대구시와 경북도, 군위군과 의성군 단체장회의에서 전문가위원회 구성이 주목되는 이유다.
그런데 왜 4자 회의인가? 대구공항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사업 주체가 이전지의 조건과 그에 따른 보상을 제시하면 유치를 희망하는 대상 지역에서 조건에 맞춰 응모하는 것이 상식적인 후보지 선정 방식 아닌가. 대구공항이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군 공항과 통합 이전키로 하면서 그 주체는 국방부가 됐다.
국방부는 대구공항 이전 지역으로 거론되던 지역 중 군위군 우보면 단일 지역과 군위군 소보ㆍ의성군 비안면 지역 등 2개소를 예비후보지로 선정했다.
그리고는 두 곳 중 어느 곳이든 관계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12월 15일 국방부장관과 4개 단체장이 참석한 대구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에서다.

이때부터 남부권 관문 공항 역할을 포함한 민항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두 곳 중 한 곳을 대구 통합공항 후보지로 선정하는 절차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사업 주도권이 국방부에서 국토부가 아닌 대구시로 넘어온 셈이다.
대구시가 주체가 되는 대목이다.
예비후보지가 두 곳으로 결정됨으로써 후보지 두 곳 중 한 곳을 선택하는 문제는 현재의 대구공항을 이전해 가야 하는 수용자의 문제가 됐다는 말이다.

이날 선정위원회는 4개 단체장이 합의해오면 이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왕 예비후보지로 두 곳이 결정됐고 군위군과 의성군은 공급자로서 수요자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따라서 유치 경쟁 관계에 있는 두 지역이 후보지 선정을 위한 전문가위원회의 구성이나 권한에 관여하는 것은 오버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군 공항이 이전해가기 때문에 예비후보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4자가 공동으로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이었다.

대구공항 이전을 위한 후보지 선정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있었다.
사업시행 기관과 평가 기관을 달리하면서 남부권 신공항 후보지로 밀양이 선정될 때나 영남권 신공항을 추진하면서 여러 차례 선정 평가 작업을 거쳤다.
지금 예비후보지로 결정된 두 곳도 여러 대상지 중에서 평가받은 곳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후보지 선정기준이나 평가방식보다 유치지역 주민의 의사다.
지금도 군위와 의성에는 공항 유치를 반대하는 여론이 있다.
물론 소수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공항 위치를 추진하는 쪽의 주장일 수 있다.
공항 유치지역으로 결정되면 주민들은 모두 수긍하고 수용해야 이전이 추진될 수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다.
사실 군 공항과 함께 이전하면서 지역민의 의견 청취가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다.
공항이전 행정절차는 예비후보지를 선정하고 나서 대구시가 주민지원 계획을 세워서 공청회를 열고 주민투표를 거치게 돼 있다.
그런 다음 단체장이 대구시에 공항 이전 신청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항 이전이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주민들이 유치를 원하지 않으면 그곳으로 공항을 이전할 수 없다.
군위군이나 의성군이 지금 할 일은 지역의 콘센서스를 모으는 일이다.
후보지 평가 기준이나 방법 등 조건을 만드는 것은 주민 설득을 위한 방법일 수는 있으나 우선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구시로서도 자체 평가점수를 매겨 높은 쪽이 있더라도 그곳 지역민이 반대하면 차선책이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군위나 의성은 지역민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 의성군이나 군위군이 전문가위원회 구성과 역할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은 후보지로 선정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줄여보겠다는 선의로 해석하고 싶다.
그렇지만 전문가위원회에의 지나친 집착은 시험 치를 학생이 문제 출제와 채점까지 관여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또는 사업 주최자가 사업 목적과 방법을 정하고 적당한 수행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지원자가 사업 주최자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없지 않다.
이경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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