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어서야”

“이해 집단 사이의 어이없는 대립 이익성취 비정상·몰염치로 추구상식 통하지 않아 국민 답답함 느껴 ”

2018.02.12

박준우
부국장대우 독자여론부장


얼마 전 아이들의 보험금을 신청하려고 필요한 서류를 챙겨 대구시내 한 보험회사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직원이 서류 접수를 거부한다.
이유는 보험가입자와 서류제출자가 달라 위임장과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그 회사 홈페이지에는 팩스나 전자우편으로도 서류제출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있는데도 말이다.
팩스나 전자우편 서류제출의 경우 보험가입자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방문 서류제출과 그것의 차이가 뭔지 물었지만 그 직원은 회사 내부규칙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결말은 서류를 접수했지만, 뒷맛이 영 찜찜했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이따금 황당한 경우를 겪게 된다.
그 상황의 원인이 상대방의 이해부족과 의도적인 책임회피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면 “그저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나올 뿐이다.
문제가 된 상황을 풀어가야 할 때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면 우리는 벽을 마주한 듯 답답함을 느낀다.
그나마 그것이 개인 간의 일이라면 서로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집단이나 국가 간의 대립 관계에서 발생했다면 그 결과는 결코 낙관하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6ㆍ13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최근 정치권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이다.
경북도지사 선거전에 뛰어든 남유진 구미시장과 이철우 국회의원이 현역 의원의 국회의원직 중도사퇴 여부를 놓고 일합을 겨뤘다.
이 의원이 지사직에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자 중도사퇴 의사를 수차례 밝히자 남 시장은 사적이익을 위해 당원과 지역 유권자와의 약속을 저버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였던 두 사람의 대립 전선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국회의원직 중도사퇴 불가론 덕(?)에 이 의원이 입장을 번복, 흐지부지 끝났다.
정치권의 말싸움이야 늘 있었으니까 별다를 게 없는 해프닝성 사건이었지만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과연 유권자들을 생각하고 행동하느냐는 생각에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었다.

정치권 얘기가 나온 참에 지역 한 국회의원 얘기도 한마디 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이 양반은 그녀를 지키겠다는 충성심 하나로 똘똘 뭉쳤는지, 당까지 새로 만들어 연일 극우단체들의 막가파식 시위 선두에 서고 있다.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게 국회의원의 정치인지, 그를 국회에 보낸 지역 유권자들이 원하는 게 과연 이런 정치인지 그 국회의원은 한 번쯤 꼭 심사숙고해 보길 바란다.

최근 국내 최대 내국인출입 카지노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현직 검사가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했다.
정확한 사건 경위야 검찰에서 수사해 보면 밝혀지겠지만 폭로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대응이 참말로 국민을 어이없게 만든다.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된 해당 국회 상임위 위원장은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처신을 자중해야 하고 일단 직에서 물러나 있는 게 상식일 텐데, 사퇴 요구에 발끈해 계류된 모든 법안처리를 못 하겠다고 외려 큰소리치고 있고, 그가 속한 정당은 국회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하는 상황이다.

국민은 어이가 없어 기가 막힐 뿐이다.
수사 대상이 된 이가 그 수사 주체에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과연 상식적인가 되물어보고 싶다.
직과 그에 합당한 처신을 분별 못하는 그 국회의원이나 그를 감싸는 정당이나, 지켜보는 국민만 그저 답답할 노릇이다.

어찌 보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미 고질병이 된듯한 갑질과 최근 성폭력 미투운동 역시 미성숙한 사회의 한 단면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속성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돌출현상이라고 이해하고 견디기에는 현재 벌어지는 진영 간의 충돌과 집단의 사익추구가 끼치는 부작용과 불협화음 그리고 그 영향력이 너무 걱정스럽다.
이익추구가 비정상과 몰염치로 성취되고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보편화한 사회라면 분명히 그곳에는 희망이 없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며칠 있으면 설이다.
일상에서든, 직장에서든 어처구니없는 일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번 연휴만이라도 또 혀차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박준우
부국장대우
독자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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