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

구미상의 회장 선거를 앞두고

봉사보다 명예추구•과시 자리 변질 선거전 격화 상공인 분열 등 후유증 기업•상공인 위해 봉사할 리더 절실

2018.04.16

신승남
중부본부 부장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의미의 말이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유래했다.
남이 하는 행위를 비난하다가도 자신이 같은 행위를 할 때는 변명까지 동원해 정당화나 합리화하는 것을 말한다.
즉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유연한 잣대를 적용하는 이들을 비판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오는 6월 있을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앞두고 ‘내로남불’이란 말이 회자하고 있다.

현 구미상공회의소 류한규 회장의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류 회장은 2012년 치러진 제12대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서 상대 후보였던 김용창 당시 상공회의소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연임할 수 있지만 단임이 관례였다는 것이 류 회장의 주장이었다.
구미상공회의소는 1981년 초대회장부터 4대까지는 2명의 회장이 연임했지만, 1993년 제5대 이기룡 회장부터 10대 이동수 회장까지는 단임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연임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화됐다.

공단 도시로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계 인사가 많고 더 많은 사람에게 봉사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관례가 계속됐다.
하지만 11대 회장인 김용창 회장이 연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12대 회장 선거는 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치러졌다.
상대는 바로 현 회장인 류한규 예일산업 대표였다.
이 과정에서 류 회장은 단임이 관례인데 김용창 회장이 연임해서는 안 된다고 상공의원들을 설득했다.
물론, 순수한 봉사 정신으로 상공회의소를 이끌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결과는 김용창 회장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런데 불과 6년여 만에 이번엔 류 회장이 연임하겠다고 나섰다.
단임 전통이 깨졌기 때문에 이제 연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와 그를 지지하는 상공인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누가 들어도 ‘내로남불’이라고 비난받을 일이다.
구미상공회의소는 2009년 제11대 회장 선거부터 후보들 간 선거전이 격화되면서 상공인들이 분열하는 등 내홍을 겪어왔다.
그 이전 회장들은 회원들의 추대로 취임한 뒤 지역 상공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임기가 끝나면 경영 일선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상공회의소 회장 자리가 명예직으로 지역 상공인들을 대신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공감대가 있어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자리가 봉사보다는 명예만 추구하거나, 행세하는 자리로 변질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회장이 되면 인사권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자신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서 상공회의소 직원들이 회장 선거 때마다 일은 뒷전인 채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적어도 단임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
누가 회장이 되든 상공회의소 운영은 적어도 전문경영인인 사무국장(전무)의 전결이 어느 정도 보장됐기 때문이다.

연임 문제를 제쳐놓고라도 최근 선거를 앞두고 일부에서 제기되는 타지역 출신 배제설은 일부 상공인들의 생각이겠지만 위험천만하다.
구미가 어떤 도시인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서울과 해외로 공장을 옮기면서 지역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일부 상공인이라고는 하지만 지역 출신 인사가 회장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니 개탄스럽다.
과연 구미상공회의소 회원 가운데 구미가 고향인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구미 출신이 아니면 기업을 서울이나 경기도, 충청도로 옮겨야 한다는 말인가.
기업유치에 모든 상공인들의 힘을 모아야 할 판에 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를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나 구미지역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로 분열시키는 것은 구미상공인들은 지난 세 번의 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뼈저리게 경험했다.
상공회의소는 기업의 종합적인 개선 발전과 국민경제 그리고 지역사회의 균형성장을 도모하고 상공인의 권익보호를 위한 대변기관으로 다양하고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설립목적이 있다.
그리고 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는 상공계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구미상공회의소는 오는 6월, 14대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더 이상 회장 선거로 인해 반목하거나 분열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구미경제에 손실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구미지역 경제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상공인들의 단합된 모습과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신승남
중부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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