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서 바라본 세상]

대학입시의 목적

“좋은 대학과 좋은 취직은 연결돼 있어 어떻게 바꿔도 문제점은 계속 나와 그러나 ‘나’만 있는 현 제도 바람직 않아”

2018.04.16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8년 4월11일, 교육부에서 새로운 입시 방향을 발표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2년 대입에 적용될 개편안의 방향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 결정되지 않았고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지만, 수능 위주, 그러니까 대입고사를 보고 그 점수에 따라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이 주가 될 것 같다.
김영삼 정부 때 도입된 수시모집 위주의 대학입시 제도가 크게 바뀌는 것이다.

현재의 대학입시 제도는 크게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 논술, 기타로 구분된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은 학생부교과전형이고, 그 뒤를 이어 학생부종합전형, 그리고 수능이 차지한다.
앞의 두 가지 유형을 일반적으로 수시전형이라 칭하고, 수능을 수능전형이라 일컫는다.
이렇게만 구분해도 복잡한데, 1%에 불과한 기타 영역에도 다양한 제도가 있으니, 대학진학을 위한 고액 컨설팅이 횡횡하는 것은 어찌 보면 예측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대학입시 제도는 소중한 자녀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란 점에서 극도로 민감한 주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며칠 전 발표한 수시 위주의 대학입시를 정시 위주로 바꾼다는 발표는 학부모에게는 마치 청천벽력과 같은 발표라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생각해 온 방향을 송두리째 바꾸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확정적인 것이 아닌 의견수렴을 거쳐 앞으로 결정하겠다 하니, 부모님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일 것이다.
소중한 자녀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대학입시의 목적이 무엇인가? 왜 대학입시란 것이 존재할까? 이상적으로는 대학입시란 각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기 위한 시험이다.
예를 들어, 경북대학교의 인재상은 ‘첨성인’인데, 이는 구체적으로 창의정신, 자아성찰, 그리고 소통과 배려를 강조하는 인재상이다.
이와 같은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경북대학교는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그렇다면 각 대학의 인재상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필자가 아는 한 대학의 인재상은 각 대학의 특성과 사회 요구에 부응하여 만들어진다.
경북대학교 역시 대학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사회적 풍토에 기반을 두어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
달리 이야기하면,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스스로를 뒤돌아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그런 인재라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대학입시는 창의적이면서도, 자아성찰과 배려가 가능한 잠재적 인재를 선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렇게 선발된 학생은 대학 교육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육성되고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자라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대학입시를 보자. 과연 현재의 대학입시 제도가 이와 같은 목적에 들어맞게 설계되었는가? 고등학생의 잠재력을 찾아 이를 특화시키겠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원래의 취지와 달리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대학을 결정하는 것으로 변질하고 말았다.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생부교과전형은, 원래의 취지와 달리 모든 과목의 학원화를 활성화하고 학교 수업을 파행시키고 있다.
나아가 친구가 성적을 잘 받으면 나의 내신은 떨어지는, 급우와 항상 경쟁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요컨대 지금의 대학입시 제도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학원에 뺏기고, 친구는 경쟁자란 인식을 심어주는 제도로 기능 하고 있다.

물론 대학입시 제도의 정답은 대학 자체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취직에 있다고 본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으니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지, 만약 나쁜 대학을 나와야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다면 아마도 나쁜 대학에 가고자 할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좋은 대학과 좋은 취직이 서로 관계없는 것이라면, 대학입시 제도는 지금처럼 청천벽력과 같은 뉴스는 아닐 것이다.

좋은 대학과 좋은 취직이 관계되어 있는 한, 대학입시를 어떻게 바꾼다고 할지라도 문제점은 제시될 것이다.
그러나 서로를 항시적으로 경계하고 경쟁하는 현재의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의 입장에서도, 자식을 그런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서로 돕고 협동할 것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도, 현재 수시 위주의 대학입시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최소한 옆에 있는 급우들과 시험 족보를 공유할 수 있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가르쳐주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가끔은 친구들과 힘든 점을 이야기하고, 기댈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현재 수시 위주의 대학입시 제도에는 오로지 ‘나’만이 존재한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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