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정치인들에게 동요를 부르게 하자

“인간, 언어라는 매개 통해 세계 인식정치인 막말로 혼란한 현실 만들어함량 미달 인물 나라 이끌 자격 없어”

2018.05.16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

“언어는 진리를 밝히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진리를 숨기는 역할도 한다.
” 이규호의 ‘말의 힘’에 나오는 문장이다.
언어는 단순히 객관적인 자연현상을 사진 찍듯 묘사하는 것이 아니고, 언어 그 자체가 이미 자연현상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며 가공인 것이다.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철학자인 훔볼트의 말처럼 인간은 객관적인 세계를 직접 인식하는 것이 아니고, 언어라는 통로를 통해 인식한다.
말이 있기 전에 우리의 생각은 어둠과 혼돈이다.
말과 더불어 우리의 생각에는 빛이 나타나고 질서가 확립된다.
언어는 단순히 현실을 묘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현실을 창조한다.

서민의 삶은 갈수록 고단하고 힘들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 판국에 정치인들의 언행은 우리를 분노케 할 뿐만 아니라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사람들을 힘 빠지게 하고 있다.

야당 대표는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 될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의 정서와는 한참 뒤떨어진 막말을 퍼붓고, 여당 대표는 “깜도 안 되는 특검을 들어줬더니 드러눕는다.
빨간 옷을 입은 청개구리, 평화에 재 뿌리는 세력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등의 악담을 퍼부으며 정치 파트너인 야당의 감정을 격하게 긁고 있다.
어느 국회의원은 “핵 폐기 한마디도 안 하고 200조를 약속하는 이런 미친 XX가 어딨나. 이 인간 정신없는 것 아닌가? 공산주의로 가고자 하는 문재인을 몰아내자”며 막가파보다 더한 막말을 쏟아냈다.

막말은 교만과 오만, 무지에서 나온다.
저질 정치인들은 국민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함부로 말한다.
저속한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남보다 지적,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할 뿐만 아니라, 차근차근 설득하며 동의를 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대화와 타협, 상생의 의지 같은 것은 애초에 없다.
그들의 독설과 막말에는 시궁창의 악취가 난다.
설혹 일시적으로 합의하고 타협해도 막말이 준 상처는 가슴속 깊이 박혀 있다가 때가 되면 그 독기가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자연은 오랜 세월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각 생명체에게 나름의 생존 전략을 주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정글의 법칙이다.
‘나 죽고 너 살아라’는 종족 보존을 위해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던지는 어미의 방식이다.
국가도 생명 유기체와 같아서 국가와 민족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벌, 나비와 꽃의 관계다.
가장 이상적인 공생과 상생의 방법이다.
‘너 죽고 나 죽자’는 모든 것을 파국으로 몰아가며 아예 판 자체를 깨 버리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판에는 ‘너 죽고 나 살자’와 ‘너 죽고 나 죽자’밖에 없다.
권력을 잡은 자가 ‘너 죽고 나 살자’ 전략으로 상대를 끝없이 자극하며 죽이려고 할 때, 권력을 잡지 못한 자가 재기를 위해 착실하게 실력을 쌓기보다는 사생결단으로 ‘너 죽고 나 죽자’로 저항할 때, 그곳에는 발전이 있을 수 없고 아무런 희망도 없다.

어린이들이 동요를 부르지 않는 사회는 병이 들고 장차 그 나라는 망할 것이란 말이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젊은이들이 지금 읽고 있는 책과 부르는 노래를 보면 그 나라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동요를 부르며 맑고 고운 감성과 정서를 함양하고, 젊은이들이 현실을 직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좋은 책을 열심히 읽는 사회는 그 미래가 밝을 수밖에 없다.
나는 정치인들을 푸른 풀밭에 모아놓고 동요를 부르게 하고 동시를 낭송하게 하여 정서를 순화시키고, 매일 일정 시간 동안 독서를 시키고 싶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인간은 말의 집, 언어의 주택에서 산다.
정치인의 악취 풍기는 막말 때문에 내가 사는 집이 오염되게 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다.
오가는 말이 저질이고 천박하면 정치는 타락한다.
이제 국민이 나서서 함량 미달의 저질 정치인들을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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