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선거는 참 좋다

“조용한 오지 마을도 유세로 활기나라 주인이 시민임을 실감케 해옥석 가리는 투표로 기쁨 누리길”

2018.06.12

신동환
객원논설위원 전 경산교육장

선거는 참 좋다.
경북에서 가장 오지인 우리 마을에도 선거는 요란하다.
50호 크기만한 후보 사진을 달고 차들이 시끄럽게 다닌다.
온종일 사람 구경 한번 못하던 길가 집 누렁이도 소리나게 짖는다.
최근 유행하는 트로트 노랫소리가 흥겹게 좁은 길을 누빈다.
허리 굽은 할머니들만 살던 동네에, 젊고 예쁜 여자들이 와서 연방 절을 하고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몸을 흔들어댄다.
산골 동네에 생기가 돈다.

선거는 신나는 일이다.
촌로들이 국민 주권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되고, 별 볼일 없던 민초들도 며칠간은 배를 한껏 내밀며 폼을 잡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언제 이 촌로들에게, 읍내에서 잘나가는 유지가 큰절을 하고, 사람대접을 하는 일이 있었는가.
이번 선거 초반에는 여론조사에 대해 말도 많았다.
야당 대표는 “저거들끼리 묻고 대답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어찌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여론조사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거기다 유언비어인지 사실인지 ‘보수층에게는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나이가 70이라 대답하자, 조사하던 전화가 갑자기 끊어졌다’는 등 해괴망측한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물론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모든 일들이 오늘 밤 안으로 진위가 판명될 것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깨끗하고 우국적이다.
어느 후보가 자신의 깨끗함을 수차 강조하자 그 후보를 소싯적부터 아는 사람은 기가 막힌다고 하늘을 쳐다보고 한숨을 쉬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의하면 6ㆍ13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예비후보자 중 40%가 범죄 전과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정당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선거가 옥석을 가려낼지 궁금하다.

어느 후보는 자기에게 범죄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을 명예훼손죄로 고발했다.
그 후보가 죄가 없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죄가 있다면 아주 좋은 수의 바둑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재판은 선거 한참 뒤에나 결정될 것이니 당락에는 하등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있을 때는 양비론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양쪽 모두가 다 잘못되었다고 싸잡아 비판하기에 무리수를 둔 바둑은 분명히 아니다.
선거의 단면의 하나다.

이번 선거에는 김정은과 트럼프도 한몫했다.
온 국민이 몇십 년을 노래하던 통일이 앞당겨진 것 같고,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노는 불장난을 안 한다고 하니 평화가 목전에 와있다.
북미 평화회담이 선거 전날인 어제 싱가포르에서 열렸으니 투표장으로 가는 오늘 조간신문에는 평화, 통일, 한반도 번영 이런 단어들이 주먹만 하게 도배될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김정은과 트럼프와 우리 대통령 얼굴이 투표장까지 따라 들어올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야당은 무얼 했는지, 정책대안 제시나, CVID, 주한미군 철수 등의 이슈에 찬반토론회 하나 열지 못하고 어깃장만 놓다 여론을 등지고 말았다.

요사이 식당에 가보면 모든 음식 가격이 500원, 1,000원 올랐고, 노임이 올라 일 못하겠다고 투덜대는 영세업자도 수두룩하다.
실제로 농장에 사람을 사서 풀이라도 뽑으려고 하면 인건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귀농이고 뭐고 당장 보따리 싸서 도시로 올라가야 할 지경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올 한 해 고용 감소를 8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여당의 반발도 만만찮다.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의 90%가 근로소득이 증가했다”고 발표했고, 청와대도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를 내놓았다.
야당은 이런 경제적 이슈 역시 선점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냈다.

이제 그들의 외침은 끝났다.
여든 야든, 여론조사 우위에 있던 후보든, 밀리던 후보든 모든 것이 끝났다.
모처럼 나라의 주인이 된 민초들의 선택만 남았다.
민초들은 옷장의 새 옷을 꺼내 입고 더위에 거칠어진 피부에 로션을 바르고 투표장으로 갈 것이다.
목에 힘을 한 번 더 주고 힘껏 기표할 것이다.
산골짜기를 울리던 마이크 소리는 다시 4년 후를 기약할 것이다.
신동환
객원논설위원
전 경산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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