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

[이경우의 따따부따]익숙함을 벗어던지는 자리, 축제

익숙함을 벗어던지는 자리, 축제

2018.09.13

이경우
언론인

객석에서는 열광한 청중들이 모두 일어나서 발을 구르며 교성을 질러댔다.
무대는 관중석보다 먼저 후끈 달아 있었다.
중고생들을 중심으로 30, 40대 아줌마 관중들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듯 무대 위 가수와 교감했다.
출연한 가수들의 색깔이 분명해 지면서 공연이 진행될수록 열기는 높아졌다.

색소폰과 퓨전 국악에 이어 이은미가 등장해 특유의 창법과 함께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온몸으로 노래를 부르자 관중들은 거의 집단 멘붕 상태에 빠졌다.
교성과 환호로 가수와 함께했고 손뼉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러다가 가수가 마이크를 관중 쪽으로 돌리면 다 함께 노래를 이어갔다.
3천여 명의 관중들은 가수의 손짓 하나하나에 착하게 반응했다.
모두가 흥분의 도가니. ‘갈 데까지 가보자’는 듯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되어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 주말 낙동강변 강정보 인근 특별무대에서 열린 강정대구미술제 축하공연 풍경이었다.
그런데 객석 맨 앞줄 십여 명은 객석 의자와 한 몸이 된 듯 손뼉을 치면서도 자리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그런 정도 공연에 내가 꿈쩍이나 하나 봐라’라고 굳게 다짐이라도 하는 듯, 누가 오래 버티나 웃음 오래 참기 내기라도 하는 듯. 감색 정장 차림의 기관단체장들, 사회자가 소개하는 축하인사들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공연이 끝나자 참석한 지역민들과 담소도 나누면서 어색함을 풀었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축제에는 행사에 따라 관계자들을 배려하는 의전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주인이 되는 축제들에는 으레 축사가 곁들여진다.
행사에 따라서는 무엇보다 의전이 생명인 행사도 있다.
지금은 주최 측이나 내빈이 단상에 자리하는 식의 의전이 많이 간소화되어 내빈이라 하더라도 관객 앞줄에 편히 앉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나름 서열이 있고 그 서열은 불문율처럼 엄격하기도 하다.

시장이나 군수 등 단체장이 중심이 되고 그 옆을 주최 측이 차지한다.
빠지지 않는 것이 정치인인데 보통 국회의원이 앞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시군 의회의장과 교육장 경찰서장을 비롯한 기관장들이 차지한다.
주최자의 격에 따라 상급 기관의 장이나 대리인이 자리하는 경우도 있다.
시도의원 구군의원 등도 서열에 따라 앞자리를 차지한다.

그런 자리들이 행사 시작과 함께 축하인사로 내빈으로 소개되고 또 몇 사람은 축사를 하고, 그리고는 행사가 시작되면 자리를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 자리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이 냅다 차지하기도 한다.
더러는 행사장 자리 배치에 불만을 품은 인사가 행사를 보이콧해 뉴스가 되기도 했다.
거기에는 주로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혹은 전직 관료들이 그러했다.

함께 즐기는 축제라면 매주 일요일 방영되는 전국노래자랑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은 TV에 방영되지 않는 예선이 특히 재미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해당 자치단체의 장이 나와 인사를 하는 코너가 있다.
한번은 청중 앞에서 천박하게 노래를 부를 수 없노라고 한 단체장이 있었다.
사회를 맡은 송해는 그 단체장에게 본선 마지막에 주는 시상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들었다.
지나친 엄숙주의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위험을 사전 배제하고 축제를 축제답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행사에 따라 무대와 객석 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가 있다.
그런 축제라면 객석에서는, 특히 앞자리를 차지한 관중에게는 분수를 지키면서도 망가지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공자도 ‘즐기되 음란하지 마라’며 낙이불음(樂而不淫)이라 하지 않았나. 허리띠를 풀어놓고 웃어젖히는 것이다.
이런 자리가 축제다.
객석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데 넥타이 매고 지나치게 근엄하면 축제는 기도회가 된다.

축제의 계절이 왔다.
지난여름은 너무 덥고 너무 길었다.
태풍도 적당히 지나갔고 짓궂은 가을비도 그쳤다.
얼굴을 스치는 가을바람은 선선하고 밤하늘에는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
팍팍한 일상에서 뛰쳐나와 지난여름의 기억들을 날려 버리고 이 가을 축제 속에 풍덩 빠져보자.
이경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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