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살고 싶은 도시, 삶의 질과 도시의 멋

2018.10.10

정인희
금오공과대학교 기획협력처장


필자가 살고 있는 구미시의 시내도 여느 중소도시와 마찬가지다.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서면 브랜드 의류 매장과 프랜차이즈 카페, 은행 등이 빼곡한 상가들이 시내 중심가임을 알린다.
그러다 시내 끝자락에 다다르면 뭔가가 달라진다.
이른 저녁만 되어도 인적이 뜸해지고 상가 분위기도 을씨년스럽다.
어쩌면 도시 한구석이 죽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 같은 것이 살짝 스친다.

언젠가 시칠리아 섬에 간 적이 있다.
이탈리아어로는 시칠리아라고 하고 영어로는 시실리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탈리아 반도를 장화 모양에 비유한다면 장화 앞에 놓인 축구공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시칠리아 섬이다.
시칠리아는 섬 이름이기도 하고 주 이름이기도 한데, 팔레르모가 시칠리아의 주도다.
페니키아의 식민도시였다가 로마 제국, 비잔틴 제국, 아랍 제국의 지배를 받기도 한 팔레르모는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양식에 더해 아라비아와 노르만 양식까지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적 향취를 풍기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마피아의 도시로 매우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만, 정작 이탈리아 사람들의 관점은 달랐다.
관과 결탁한 마피아가 관광 산업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단순 관광객들에게는 안전한 곳이라는 논리다.
그런 말을 들은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유장한 햇살이 가져다주는 평온함에 젖어 유유자적 팔레르모 시내 곳곳을 오가던 중 도시 한 블록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깊은 상념에 빠져든다.
도시 한 구역이 텅 비어 있는 까닭이다.
한때는 번성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동네, 그러나 이제는 버림받은 동네, 이 집의 주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도시로 이동해가는 사람들로 인해 농촌에 빈집이 늘어간다는 얘기는 익숙했지만, 도시의 빈민가 슬럼의 존재도 알고 있지만, 시내 중심가 바로 옆에 버려지고 있는 도시라니! 섬에서 사는 것이 싫어 섬 속의 도시를 떠나 대륙에 이어진 도시로 가는 걸까? 이 도시에서는 먹고살기가 힘들어서일까? 인구 자체가 감소한 것일까? 역사가 남긴 문화유산과는 달리 교육 환경이나 정주 여건이 나쁜 것일까? 그때도 지금도 시칠리아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한동안 멍한 채 서 있었던 그 오후 한나절이 마음 한편에 잔상으로 남아있을 뿐.
그러나 한국의 도시에 대해서는 필자도 생각할 만한 것이 좀 더 있지 않을까? 아니 생각해야만 하지 않을까? 더구나 지방 도시들이 침체되면서 도시재생이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절인 것이다.
국가 경제 부흥을 위한 목적으로 1960년대 말 조성되기 시작한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최근 상황은 특히 좋지 않다.
‘최악의 불황’, ‘구미의 몰락’, ‘대구의 동반 침체’ 등이 최근의 상황을 묘사하는 표현들이다.
그야말로 도시재생이 필요한 시기다.

원점에서 생각해 본다.
도시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도시의 정의는 ‘일정한 지역의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즉, 도시가 도시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살아야 한다.
사람이 많이 살 때에야 도시는 비로소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니 도시재생 또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함이 자명하다.

교통이 발달하여 어디든 떠나기 쉽고, 물류가 발달하여 어디서든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 쉬우며, 통신이 발달하여 어디에 있건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현재, 거주지의 선택은 일종의 상품 구매와 같다.
즉 도시도 하나의 상품이다.
품질은 당연히 좋아야 하고, 멋도 있어야 한다.
품질에 해당하는 삶의 질에 대해서는 모든 소비자들의 기대하는 바가 비슷할 것이다.
일자리가 있고, 교통 편리하고, 공기 좋고, 마트나 백화점 가기 쉽고, 좋은 학교가 있고, 맛집도 있으며, 운동 시설도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추구하는 멋은 소비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자연친화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 현대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 역사적인 전통을 좋아하는 사람, 문화와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패션이나 가구를 선택할 때의 소비자 취향이 서로 다른 것과 같다.
과연 우리 도시는 어떤 멋을 갖춘 도시가 될 것인가?
대구의 김광석 길도 하나의 힌트가 된다.
1980년대 추억과 함께 도시도 되살려냈다.
살아 숨 쉬는 도시란 누군가에게는 살고 싶은 곳, 적어도 가보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
삶의 질만이 아닌 멋을 가져야 한다.
도시 이름을 들을 때 떠오르는 색깔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정인희
금오공과대학교
기획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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