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태양’에 관한 추억으로부터

2018.10.11

김순남
대구 수성구선관위 홍보주무관

1989년 4월,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함께 책을 빌리러 시립도서관에 갔다.
그곳에서는 또래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앞마당 테이블 의자에 앉아 열심히 서로 의견을 듣고 말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특정 책과 관련한 주제에 대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한바탕 쏟아놓으면 다른 학생은 그 의견을 적고 또 다른 학생은 그 생각에 반박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그것은 그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중등부 독서토론회 ‘태양’의 신입생 환영 토론회였다.
토론회가 마무리될 무렵 참가자 설문지를 받아든 나는 망설임 없이 이름과 주소를 써넣었고 어엿한 태양인이 되었다.
그렇게 ‘태양 17대’는 한 때 내 삶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따라다녔던 일종의 신분 표시가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매월 열심히 토론회에 참석했으며 여러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서로의 생각 나누기에 대해 배워갔고 1년 후에는 토론회를 이끌어가는 간부의 한 사람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단순한 감각만을 자극하는 유튜브 영상, 오락 프로그램 등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어 일상적인 대화에서조차 생각하기와 말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매년 고등학생 토론대회를 열고 있지만 가끔씩 학생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며 인터넷에서 베껴온 자료를 읽는 것만으로 토론을 마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생활 속 토론문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말하는 것에만 주안점을 둘 뿐 평상시 상대방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습관에 대해서는 그다지 강조하고 있지 않다.

십여 년 전 경청이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하여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지만 이제는 굳이 그 책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 자신의 이야기도 잘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경청의 습관화가 학교, 기관 등이 애써 생활 속 토론문화 정착을 외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의견의 주고받음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토론문화의 바탕이 되지 않을까?
김순남
대구 수성구선관위
홍보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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