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평범한 사람도 소중한 존재가 된다

발행일 2017-01-20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렇게 겨울눈이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날도 찬데 오늘은 잘 주무셨을까? 한번 다녀와 볼까?” 하며 일찍부터 준비를 서두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버님 저희 왔어요.” 큰소리로 들어서면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반가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어릴 적, 봉사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누군가가 하는 것이란 생각이 있었다. 나이를 조금씩 먹고 결혼한 이후에야 봉사가 다른 세상의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나이가 지긋하게 들어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내 이웃을 위해 봉사해도 괜찮다는 판단으로 세월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지역사회의 적십자 봉사원들을 보면서 ‘헌데 이렇게 세 박자의 요소를 언제 다 갖추지? 그때가 올까?’라는 생각이 스쳤고 바로 적십자의 문을 두드린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여겨진다.

이렇게 시작한 봉사는 당시 갓난아기였던 큰딸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무료급식에 나설 정도로 열의에 넘쳤다. 아주 평범한 나도 내 이웃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는 성취감은 봉사활동을 일상생활로 여기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봉사의 맛을 알아 가면서 쌓인 인연은 안 보면 보고 싶고, 만나고 와도 또 생각나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어르신은 “내 얘기 한번 들어봐.” 하고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지난번과 똑같이 하면서도 처음 말하는 듯이 해주신다. 나 또한 언제나처럼 처음 듣는 것처럼 고개도 끄덕여 주고, 맞장구도 쳐드린다.

어디서 이렇게 가득 담아 놓았을까 싶을 만큼의 수다 보따리를 풀고 또 풀어도 화수분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화를 마치고 아쉬운 작별을 할 때쯤이면 벌써 얼굴에 아쉬움과 섭섭함이 뚝뚝 묻어난다. “다음 주에 또 올께요.”라고 약속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아쉽기만 하다. 약속한 날에는 다른 어느 곳에도 가지 못하고 그리움을 한가득 담은 얼굴로 우리 노란 조끼 봉사원들을 기다리고 계신다.

시골이라 동네 주민들이 적고, 혼자 지내시는 어르신들이 많아 더 그런지 누군가가 나를 위해 와 주는 것이 참 고맙고 반갑게 느껴진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뚝뚝함으로 무장하여 살가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좀처럼 쉽게 마음을 내어 주지 않을 것 같던 경상도 사나이는 조금씩 시간이 갈수록 깊은 맛을 내는 뚝배기처럼 은은한 정(情)도 느끼게 해주고, 서로 이해하고 알아가며 마음을 연다. 없는 살림살이에 물질로 보답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해주고 싶어 손수 적어주신 작은 손 편지 한 장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가슴 벅차오름에 눈치 없는 눈물이 나기도 한다.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을 실천하는 적십자 봉사원이 됨을 감사하며 자부심으로 무장한 덕에 오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봉사의 길을 나선다.신영희경북 적십자사 봉사회영주시지구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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