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법’은 법이 아니다

발행일 2017-03-27 19:54:3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민주주의걸핏하면 떼 지어 광장과 거리로근본적인 해결 수단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1조 2항) 이 선언적 조문은 대의와 법치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서야 비로소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국민투표라는 직접민주주의 수단을 통해 국민의 권리가 국회의원에게 포괄적으로 옮겨가고,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은 국회의원은 국가의 법을 제정하게 된다. 이 법에 근거하여 최고통치자를 포함한 행정부가 구성되고, 사법부와 입법부도 구체화된다. 민주적 절차에 의한 법치주의는 많은 주권자를 주인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많은 사람이 주권자인 상황에서 투표와 대의를 통한 법치를 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실현할 방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사회주의국가도 원칙적으로 똑같다. 얼마나 자유로운 선거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느냐에 따라 민주화 정도에 차등이 있을 뿐이다. 형식적인 투표를 절차적으로 거친다 하더라도 직접ㆍ평등ㆍ보통ㆍ비밀 등 민주선거의 4대 원칙을 보장하지 않는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대들보로 기능 하기 어렵다. 이 4대 원칙은 필요조건에 불과하고, 국민의 진정한 관심과 참여가 충분조건으로 더해져야 비로소 민주선거가 제대로 완수된다.

민주적 선거시스템이 절차적으로 완비되어야 법치주의가 의미를 가지고, 실질적인 법치주의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간다. 국회가 법을 만들면 그것이 국민의 뜻이고, 법에 근거하여 3부 조직이 합법적으로 조직ㆍ운용되면 그것이 결론적으로 국민의 뜻대로 되는 것이다. 민주국가는 법치주의로 주권재민의 의미를 실현해간다. 국민의 지배가 선거를 매개로 비로소 법의 지배로 전환되는 것이다. 우리가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현명한 지도자를 뽑는데 최선을 다해야하는 이유다. 북한이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국호로 유엔에 가입까지 했다지만 북한을 민주국가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는 민주의 외피만 걸치고 있을 뿐 그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까닭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법의 지배를 벗어날 수 있을까? 무엇이든 주인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여지도 없는 건 아니다. 물론 주권자가 한 사람일 경우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주권자가 불특정 다수일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 모든 사항에 대하여 많은 주권자가 일일이 주인 노릇을 하여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주권자의 권리를 대표자에게 일괄 위임하고, 그들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비록 주권자라 하더라도 법의 지배를 감히 거부할 수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공동체를 유지하고 개개인의 권리침해를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법은 제정ㆍ공포되어 그 내용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게 도와주며, 타인에 대한 신뢰를 담보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소위 ‘떼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금만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하면 헌법 1조 2항을 들먹이며 떼를 지어 광장과 거리로 뛰쳐나가고 있다. 시위와 표현의 자유는 우리 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인 것은 맞지만 걸핏하면 시위나 우격다짐으로 해결하려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선언적인 의미를 가진 헌법 1조 2항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 법치주의가 곧 민주주의다.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민주적 방법이라는 의미다. 광장과 거리로 몰려가 시위하고 목청을 높이는 것이 당장 시원할 수는 있겠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근본적인 해결 수단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떼를 쓴다 해도 떼법은 정당한 절차를 거친 법이 될 수 없고, 국민이 따라야 할 법은 더더욱 아니다. 사회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당장 욱하는 마음에 민주적 법치를 파괴한다면 더 큰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태극기와 촛불로도 기진맥진인데 시청 앞에는 거의 날마다 시위다. 불안한 기시감이 드리운 우울한 나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다.오철환대구시의회경제환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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