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왜 건조하고 강풍 잦을까

발행일 2018-04-18 20:02:1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봄비 내렸다고 해서 화재 안심은 금물 실효습도 낮을수록 발생 가능성 높아 기상정보 주의 기울여 화재 예방 집중”



‘봄바람에 말똥 굴러가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건조한 봄에 잘 말려진 말똥이 봄바람에 잘 굴러간다는 표현을 묘사한 것인데 실제로는 일이 그만큼 술술 잘 풀린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속담에서와같이 봄철은 그만큼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철만 되면 왜 건조하고 바람도 강하게 부는 것일까?

봄철이 되면 이동성 고기압은 빠른 속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대륙의 건조한 공기를 몰고 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또한 건조한 상태에서 봄철 기온이 오르면 습도가 더욱 낮아져 오랫동안 건조함이 지속한다. 대구는 4월이 평균습도 53.2%로 연평균 62% 대비 가장 건조한 달이기도 하다. 건조한 상태에서 태양이 지표면을 달굴 때 지형에 따라 불균등하게 가열되면서 온도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온도 차는 바람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된다.

바람은 공기의 움직임으로 우리를 둘러싼 공기들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바람이 부는 것이다. 지형에 의해 불균등하게 지면이 가열되면, 주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데워진 공기는 밀도가 낮아진 탓에 상승하게 된다. 따뜻한 지면 근처에 생긴 공간을 채우기 위해 주변 공기들이 그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온도 차가 큰 곳은 바람이 강하게 불게 되는데, 이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고도 차이가 큰 곳일수록 물의 흐름이 더욱 빠르고 세차듯, 바람도 온도 차이가 클수록 강하게 불게 된다. 산악지형에서는 평지지형에 비해 지형이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지면의 불균등 가열에 의해 큰 온도 차가 발생하기 쉽다. 이 때문에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쉬운 조건이 되는 것이다.

봄철 날씨를 보면 매일 맑은 날씨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에 하루에서 이틀 정도 봄비가 내리기도 한다. 이렇게 내리는 비는 건조함을 해소하는데 일부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건조한 상태를 해소했는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즉 봄비가 내렸다고 해서 화재에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실효습도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효습도란 사전적 의미로는 수일 전부터 당일까지의 상대습도를 합하고 계수를 곱해주어 계산한 양으로, 목재와 같은 섬유질의 건조 상태를 수치상으로 나타내어 화재 발생의 위험도를 표시하는 습도를 말한다. 단순한 하루하루 변화하는 습도가 아닌 실제 나무나 섬유질 같은 물건의 일정 기간 건조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효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질 경우 화재 발생률이 높아지고, 40% 이하에서 불은 쉽게 꺼지지 않으며, 30% 이하이면 자연적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청에서는 이 척도를 기준으로 실효습도 35%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건조주의보를, 실효습도 25%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건조경보를 발표하고 있다. 건조주의보 또는 건조경보가 발효되면 해당 지역의 건조한 상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10년 간(2008년~2017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37%가 입산자 실화에 의해 산불이 발생하였으며 논ㆍ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등이 그 뒤를 이어 산불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 원인도 사람들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는 산불은 후처리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예방이라 할 수 있다. 산림은 한 번 훼손되면 그만큼 복구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경북 문경 조령이라는 곳에 가면 조선 영ㆍ정조 시대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됴심’이라는 표석이 있다. 옛날부터 산불은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다고 인식하고 이를 경계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건조특보나 강풍특보 등 최신의 기상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해당 특보가 발효된 지역에 입산할 때는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산림과 가까운 지역에서 쓰레기 등을 소각하지 말아야 하며, 불을 지펴야 할 경우에는 관계기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발생했다면 대처가 중요하다. 만약 산불을 발견했다면 119나 112에 신고하여야 하고 작은 불길일 경우 나뭇가지, 옷 등으로 초기진화하여야 한다.

4월 20일은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이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는 곡우다.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이자 봄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때이기도 하다. 풍년도 기원하고 건조한 봄철 산불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시원한 봄비가 기다려진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