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고도 흥미로운 ‘태풍’

발행일 2018-06-13 19:28: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온 6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적도 인근 해역에서는 이미 5개의 태풍이 발생했다. 올해 제1호 태풍의 이름은 ‘볼라벤’이다. 고원이라는 뜻으로 라오스에서 제출한 이름이다. 태풍은 1년에 평균 26개 정도가 발생하는데, 1904년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의 통계를 살펴보면, 그 중 2~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7~10월 사이에 많이 발생하고, 8월, 7월, 9월 순으로 자주 내습하였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었던 전체 태풍의 91%가 7월에서 9월 사이에 내습한 것이었지만, 6월과 10월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태풍은 저기압의 일종으로 열대 지방에서 저기압이 생길 경우 열대 저기압이라고 하는데, 이 열대 저기압이 발달해서 태풍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풍이 생기려면 26~27℃ 이상의 바다의 수온과 고온 다습한 공기가 필요하다. 뜨거운 여름, 적도 근처의 바다가 태양열을 받으면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며, 공기가 위로 올라가서 아래쪽에는 공기가 상대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에 강한 저기압이 생기는데, 이 저기압이 태풍으로 발달하기 전 단계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열대 저기압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33㎧ 이상인 것부터 태풍으로 분류하고, 풍속이 67㎧를 넘어가면 최고 등급인 5등급 슈퍼태풍으로 분류한다.

태풍은 발생지를 떠나면서부터 거대한 공기 덩어리의 소용돌이로 발달하게 된다. 태풍은 작은 것이라도 지름이 200㎞ 정도이고, 큰 것은 무려 1,500㎞ 정도에 이르는 것도 있다. 또한 태풍이 싣고 다니는 물의 양은 수억 톤에 달하고, 에너지는 2메가톤의 수소폭탄을 1분당 한 개씩 터뜨리는 위력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의 대부분은 태풍이 이동하는 데 쓰이고, 나머지 적은 양이 지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태풍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태풍의 이름은 1953년 호주의 예보관들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1999년까지 태풍 이름은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정한 서양식 이름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아시아 각국 국민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태풍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태풍 이름을 아시아 지역 14개국의 고유한 이름으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 태풍 이름은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가 28개씩 5개조로 구성되고, 1조부터 5조까지 차례로 사용된다.

‘태풍’이라고 하면 우리는 그 피해와 위력부터 생각하게 된다. 강한 바람, 많은 비 그리고 낮은 기압으로 바다 수위가 상승하여 발생하는 폭풍 해일 등. 실제로 태풍 내습으로 인한 피해는 적지 않다. 1904년부터 2012년까지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의 1위부터 10위까지를 살펴보았을 때 재산피해의 경우, 1987년의 태풍 ‘셀마’를 빼고는 모두 1990년대 이후에 발생한 태풍이었으며, 특히 2000년대 이후에 발생한 태풍이 6개로 조사되어 최근의 급격한 도시팽창 및 각종 산업시설의 단지화와 유수지 등의 상대적 감소로 유출량 증가에 따른 피해가 급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인명피해는 1987년 태풍 ‘셀마’ 그리고 2002년 태풍 ‘루사’를 제외하고는 1980년대 이전에 발생한 것이었다. 인명피해 10위, 재산피해 1위로 기록된 태풍 ‘루사’는 2002년 8월 말에 한반도에 상륙했던 중형인 태풍이었으며, 강도가 ‘강’한 세력으로 한반도에 상륙한 몇 안 되는 태풍 중 하나이며, 큰 비를 수반한 대표적인 태풍으로 꼽히고 있다. 재산피해 2위로 기록된 태풍은 2003년 9월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매미’로, 강도는 루사와 같은 ‘강’이었으나 상륙한 태풍 중 강도가 가장 강한 태풍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피해를 주는 태풍이지만 우리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남북위 5도 부근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적도의 남는 열을 극지방으로 수송해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지구에 불균형하게 분포한 열의 평형이 유지된다. 그리고 여름 가뭄 속에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봄 가뭄이 초여름까지 이어지면 많은 비를 뿌리고 지나가는 태풍을 기다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태풍이 만들어낸 강한 파도와 낮은 수온은 적조생물의 번식을 막아주며, 강한 바람으로 심층까지 뒤섞인 바다는 영양이 풍부한 저온의 하층수를 바다 표층까지 끌어올려 지역에 풍부한 어장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전준항대구기상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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