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하는 공적자금 국정조사

발행일 2002-09-12 21:26: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국회의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나 관계기관의 자료 제출 및 증인 선정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초반부터 갈등을 빚고 있어 특위가 파행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다가는 국민적 의혹의 대상인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가 제재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이렇게 파행하고 있는 이유는 감사원 금융감독원 및 예금보험공사 등 공적자금을 관리하고 감독한 기관들이 국정조사에 필요한 핵심자료를 국회에 제출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 자료라서 줄 수가 없다’는 것이 제출 거부 이유이다.

다음 이유가 김홍업 김홍일 김형택씨 및 박지원 청와대비서실장 등에 대한 증인채택 문제이다. 한나라당은 이들이 공적자금과 유관한 만큼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반대 이유는 한나라당이 ‘병풍(兵風)’을 만회하기 위한 정치공세를 펴기 위한 전략적으로 증인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11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소집한 국조특위에 민주당이 불참했다. 한나라당은 자료제출이 없는 국정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감사원장 금융감독위원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모두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잖아도 국정조사의 일정은 급박하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극한적인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공적자금 국정조사는 이번에도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이 아니지 모르겠다.

공적자금이 어떤 돈인가. 건국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 외환위기를 맞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지원한 100조원이 훨씬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이다. 전부 국민이 갚아야 할 돈이다. 그 공적자금이 경제안정 회복에 큰 도움을 주었지만 자금지원이나 감독에 이르는 운용과정에서 시행착오나 도덕적 해이도 없지 않았다. 약 7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회수불능이라는 사실에서도 이 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대충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공적자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를 분명히 아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것을 철저히 조사해 잘한 점은 더욱 장려하고 못한 점은 원인을 규명해서 앞으로 잘못의 재발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공적자금 운용과정에서 기본원칙은 무엇이며 또한 그것이 잘 지켜졌는지와 투입된 공적자금은 적절하게 쓰여졌는지를 따져야 한다. 공적자금의 감시기능을 마련하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데 이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치로 파행되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적 의혹을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명을 방해하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정치권이 이래서는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루빨리 국정조사가 정상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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