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천연염색으로 물들인 천으로 개량한복을 차려입거나 은은한 우리 색깔로 이불, 방석 등 가정용 소품들을 챙기는 사람들은 복고풍이란 첨단(?)유행을 걷고 있는 셈이 된다.
필자가 천연염색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매우 오래전의 일이었던 듯 하다. 어릴 때 어머님이 쑥과 치자, 감 등의 천연재료로 물을 빼서 천에 물들인 것을 보면서 매우 신기하게 생각했던 그 시절부터였으리라.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흐른 뒤 고향의 내음과 색깔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질 즈음 나는 어느새 천연염색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서양문명과 함께 밀려들어온 화학염색은 화려하고 선명하지만 천연염색처럼 은은하고 신비한 우리 색깔에 비할 수는 없다. 천연염색을 정의한다면 자연속에서 자연의 재료로, 자연의 색깔과 향기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쉬울지 모르겠다. 더 쉽게 말하자면 들판에 널려있는 풀, 꽃, 나무 등에서 염료를 우려내 우리들의 몸피를 감싸는 천에 곱게 물들이는 것이다.
파계사에서 시작하는 나의 하루는 새로운 색깔에 대한 기대 때문에 설레인다. 자연을 빼 닮은 색깔을 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공연히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보라색을 내었다가, 아침부터 콧노래가 나오는 날이면 밝은 주황색으로 곱게 물들여본다. 가을의 하루는 왜 이리 짧은 지. 하늘을 올려다 보면 어느새 서편 하늘에 황혼이 내려 있다. 치자와 소목으로 물들인 비단처럼 붉으면서도 황금빛 나는 노을은 언제나 황홀하다. 노을 빛 아래 선 나는 내 자신의 천국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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