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토함산 오른쪽 고개길을 내려가면 토함산 동쪽 자락에 있는 장항리 절터다. 불국사 나 석굴암처럼 번듯한 탑이나 불상이 남아 있는 것도 화려함이나 웅장함도 아닌 우리 보통사람들처럼 비가오나 눈이오나 외로이 그 자리를 지키고 우뚝 서 있는 장항사의 5층 석탑은 꼭꼭 숨겨두고 혼자만 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산에 널린 바위 덩어리가 이런 고고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는 반드시 탑을 일으킨 사람의 지극 정성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반쯤 부서진 오층탑에 새겨진 인왕상 조각들은 섬세하면서도 옛 신라인들의 멋과 장엄한 기운이 가슴벅찬 감동으로 다가오곤 한다.
요즈음 절에서는 불상을 새로 만들고 탑도 세우지만 덩치만 클뿐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없음은 왜일까? 석굴암, 불국사에 비해 토함산의 깊숙한 골짜기 뒷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탑이 우리 모두에게 사랑받는 8세기를 대표하는 석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잘 본존하고 아끼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최우식<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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