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성은 편견이 되고 있다

발행일 2003-09-25 10:52:1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참고 인내하지 못하는 민족” 우리를 표현할 때 어김없이 불어버리는 단어, 그래서 우린 자못 그 울타리에서의 탈출을 시도도 못하고 “당연히 그러려니” “그렇지 맞어”라고 체념하고 만다. 왜 오늘 이런 말을 하냐고 혹자가 묻는다면 필자는 그런 민족성이 이제 편견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다.

은행에 근무하다보면, 언론화되거나 진리화 되어버린 말들에 대한 검증을 할 기회를 갖게 된다. 최근 우리국민은 위와는 달리 “참고 인내하는 민족으로 변하고 있다”고 본다. 불과 몇 해 전만해도 은행창구로 내점하는 고객들은 마치 식당에서 음식 도착을 독촉하는 손님처럼 조르고, 독촉하고, 조금만 지체가 되어도 전후 가리지않고 고함부터 지르고 만다. “바쁘니깐 빨리 해달라”는 둥, “왜 그리 늦냐”는 둥 별의 별 말과 욕설로 시끄러운 사례를 자주 보았다. 서비스 기관은 변해야하고, 이용고객은 멈추고 있어도 된다는 이념이 아마 그렇게 만든건 아닌지 체념하고 말았다. 그러던 그 때와 달리 지금 창구 내점 고객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얼굴빛이며, 사뭇 다른 언행에서 한결 품위가 있어 보인다. “기다릴 줄 알고, 말과 행동”에도 적당하게 품위가 흐른다. 이는 필시 어떤 계기와 연륜이 쌓인 연유일텐데 필자가 생각컨데 먼저“질높은 금융기관의 서비스”탓이라고 본다.

기존의 서비스는 “시어머니적” 서비스였다면, 지금은“친정 엄마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은 그 맘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의 계기는 민족이 함께 어울어졌던 “2002년 월드컵”을 맞이하면서라고 본다. 붉은 옷을 입고 온나라를 물들이던 국민들은 동일감과 하나됨을 느끼면서 기존의 편견은 말끔히 청산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월드컵”도,“붉은 티셔츠”도 없지만 그날의 함성이 기억되는한, 여태 우리 국민을 비하시킨 닉네임 “참고 인내하지 못하는” 유령을 쫒아낼 것이다. 요즘 은행에선 보다 ‘친정엄마적’인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참고 인내하며 여유있고 품위있는 고객을 대할 때면 이제 우리 민족을 “여유있고 품위있는 귀족적 민족”이라고 말해도 당당하지 않을까 싶다.

신경환(우리은행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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