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성희롱 최종 해결책이 성평등인가

발행일 2017-07-13 20:31:5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여성 대통령의 파면 이후 정치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여성 비하에 대한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으니 마치 무슨 상관관계라도 있는 듯 아이러니다.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여성 문제로 낙마하더니 여성 비하 발언을 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파면을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도 조직 내에서 여성 비하나 성희롱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사퇴한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사랑하는 여성 몰래 혼인신고를 해서 멀쩡한 처녀를 유부녀로 만들었다. 그의 많은 흠집 중에서 이 부분을 떼어내 ‘그 시절의 순애보’라고 미화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보면 젊은 시절 짝사랑하던 여성에 대한 빗나간 애정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옛날이야기였고 그 시대에는 그럴 수도 있었다고 변론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 여성과 그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으니 중범죄다. 그는 평생을 속죄하는 심정으로 살았다고 했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어떻게 저런 인격자가 그 많은 교육적 국가적 공인 자리에서 인격자연 했는지 배신감이 든다는 사람도 있었으니 청문회가 그의 인생에 흙탕물을 뒤집어씌운 셈이다. 결국 그는 장관 후보를 스스로 물러나고도 인간 내면적 공격을 받았으니 외상과 내상까지 입었을 것이다.

탁현민 행정관의 경우는 어떤가? 여성단체들이 주장하는 그의 과거를 보면 그는 ‘남자 마음 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등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비하하고 있다는 거다. 그것도 아주 형편없는 남성의 노리개로 희롱하고 때로는 혐오한다. 책을 통해 그렇게 썼으니 그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자유 영역일 수도 있고 그 이전에 양심의 자유라고 비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저서를 통한 표현이 실제 그의 경험담인지 아니면 성적 호기심의 발동인지 확인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그것이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공직과 오버랩 되면 사적 영역 안으로 가두기엔 무엇인가 부자연스럽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서 전용기를 타고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니 그가 접촉한 수많은 여성 지도자들을 그의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으로 착각하지나 않았는지 걱정된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는 대구에서도 몇몇 대기업 간부들이 부하 여직원들을 성희롱하고 비하해서 시끄럽다. 기업 대표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성희롱 예방과 양성평등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것이 개인의 일탈을 넘어 기업과 조직의 음성적 문화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대책으로 제시한 셈이다. 성희롱이 여성 비하를 넘어 여성 혐오로 확장되고 그 해결책으로 양성 평등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처럼 보이지만 안일한 대책이다. 남성이 여성을 성희롱하고 비하하는 것은 단순히 성적 관념에서뿐 아니라 성 인지적(性 認知的) 영역에서조차 설명할 수는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칠게 이야기해서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의 현생 인류 중에는 아직도 20세기적 도덕관과 가치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허울만 덮어쓰고 있는 무리가 지역과 세대를 뛰어넘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삼강오륜을 앞세우는 사람은 없지만 부부유별과 남녀의 각기 다른 역할을 평생 전범으로 익혀온 사람들이 우리 구성원의 일부분임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에 하는 말이다. 물론 그것이 성희롱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성 평등 문제를 우리 사회가 설득과 협상을 통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담론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성 평등 관념을 만들고 확산하는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성 평등 문제가 결코 간단하지도 만만하지도 않다는 인식에서일 것이다. 누구나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의견이 비록 사회 통념이나 일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일률적 잣대로 재단하고 결론 내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양심에 거리낌 없다면 말이다. 시대정신은 정부나 특정인의 타임 스케줄에 따라 일거에 만들어지거나 나타나지 않기에.이경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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