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살고, 도시가 살아나다

발행일 2017-09-17 19:56:3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줄지어 늘어선 노점상, 얽히고설킨 전신주가 대구도심의 상징 같았던 동성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짙은 녹음과 선명한 하늘,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채워진 지금의 동성로를 보면 뭐라고 할까? 탄성을 자아낼 것이다. 도시재생, 공간이 주는 변화다.

현 정부는 매년 10조 원씩 5년간 50조 원의 재원을 투입하여 전국 500여 곳을 대상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지난 정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예산과 정부지원정책을 보며 지역주민들의 기대가 사뭇 높아지고 있다. 우리 중구는 지난 2007년 동성로 공공디자인 사업을 시작으로 2009년 ‘방천시장 문전성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현재까지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중구의 도시재생은 자칫 우범 가로가 될 뻔했던 좁은 골목길, 그 위에서 시작되었다. 재생은 철거와 재개발, 재건축으로 이어지던 관행을 버리고, 과거와 연결된 도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천여 개의 골목에 저마다의 스토리를 입히는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대구의 진정한 다운타운으로 재탄생한 동성로를 비롯하여 청라언덕과 3ㆍ1만세길, 동산에서 진골목으로 이어지는 근대골목의 역사와 스토리는 골목 투어를 통한 관광자원으로 발전하면서 ‘근대路(로)의 여행’을 탄생시켰다.

골목의 재탄생은 경상감영공원 주변 전통문화거리 조성, 근대문화 체험관 계산예가 조성, 문화재 경관조명 설치, 전통한옥 숙박 체험 공간 조성, 1950년대 전후의 역사와 문화를 재현한 향촌문화관 조성 등 다양한 물리적 사업과 주민참여 프로그램 운영, 골목문화해설사 양성으로 이어지며 단순한 도시재생을 넘어 15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지역의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방범초소가 길을 지키던 인적 드문 좁은 골목에 스토리를 입은 벽화길을 조성, 대표적인 지역명소로 발전시켰다. 바로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이다. 대중가수를 기억하고 소비하는 대중의 감성을 도시재생의 콘텐츠로 발전시킨 중구의 대표적인 창조재생의 사례다. 그렇게 외졌던 골목길은 이제 추억과 문화를 만들어내는 거리가 되어 끊이지 않는 관광객과 함께 지역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또한 과거 대구읍성이 철거되면서 조성된 사성로(四城路)인 동ㆍ서ㆍ남ㆍ북성로에는 읍성 주요경관과 성곽길을 상징한 ‘대구읍성상징거리 조성’ 그리고 조선왕조 마지막 황제인 순종황제의 흔적을 역사교육공간으로 활용한 ‘순종황제어가길 조성’도 했다. 100년 이상 유지되어 온 전국 유일의 가톨릭타운을 특화한 ‘남산 100년 향수길 조성’ 등을 통해 잊혀가는 역사를 기억하고 재현하여, 도심 속 살아있는 역사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북성로와 향촌동 일원의 오래된 근대건물은 민ㆍ관 협력의 리노베이션사업을 통해 멋스러운 카페와 문화ㆍ교육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층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핫 스페이스로 떠오르는 것도 장소의 기억을 지우는 방식이 아닌 살리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도한 결과이다.

이제 중구는 ‘동인삼덕지구 생태문화골목길 조성’, ‘남산하누리 행복공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낙후된 주거지 환경개선, 다양한 종교의 공존, 생태와 문화의 조화 등 소통과 주민참여를 통한 자발적 도시재생을 이뤄내고자 한다. 이웃과 함께 살고 싶고 아이를 통해 내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다음 세대에 전달 될 수 있는 교육의 공간이자,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윤순영대구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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